40∼70대 동대문 상인, 중국어 주경야독… 서일국제경영高서 ‘특별한 수료식’
24일 오후 서일국제경영고에서 열린 ‘학교평생교육 거점학교 수료식’에서 이화영 교장(앞줄 왼쪽에서 여섯 번째)과 늦깎이 학생들이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24일 오후 6시 서울 종로구 서일국제경영고. 재학생들이 모두 하교한 시간에 ‘늦깎이 학생’ 20여 명이 설레는 표정으로 등교했다. 3월부터 9개월간 평일 저녁에 중국어와 컴퓨터 수업을 들은 40∼70대 학생을 위한 수료식이 열렸다.
이 학교는 동대문시장에서 가까운 창신동에 자리 잡고 있다. 서일대 중국어과 교수로 강단에 서다 지난해 11월 부임한 이화영 교장(58)이 올해 동대문시장 상인들을 위해 중국어 수업을 마련했다. 이 교장은 동대문시장 상인들이 주요 고객인 중국인 관광객들과 직접 대화할 수 있게 하겠다며 ‘상용 중국어 회화’ 수업을 기획하고 화, 목요일 저녁마다 직접 강의했다. ‘유커 중국어(遊客漢語)’라는 교재도 직접 만들었다. 중국어와 함께 상인들이 꼭 배우고 싶다는 스마트폰, 컴퓨터 활용 수업도 금요일 저녁에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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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에 온 중국인 관광객에게 “중국어 좀 알려 달라”고 했다가 옆 가게 물건을 팔아준 적도 있다는 김 씨처럼 학생들은 “중국인 관광객들의 얘기가 드문드문 들릴 때마다 반갑고 신기하다”고 스스로를 대견해했다. 학교에 와서 공부하는 것 자체가 정말 행복했다는 학생도 있다. 40년 동안 여성 의류 도매업을 해 온 윤병문 씨는 올해 일흔 다섯이다. 중국어와 컴퓨터 수업을 모두 들은 그는 “이제 사람이 된 느낌”이라며 활짝 웃었다. 윤 씨는 “e메일을 쓰고 카카오톡을 하고 인터넷을 뒤적여 보니 경이롭다는 생각뿐”이라며 “내년에는 포토샵을 가르쳐 준다고 하니 잘 배워서 꼭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어 보고 싶다”고 했다.
교사보다 학생의 나이가 더 많은 수업. 학생들의 열정 때문에 교장 연수를 받는 기간에도 수업을 거를 수 없었다는 이 교장은 “배운 것을 생활 속에서 활용하면서 정말 즐거워하고 고맙다고 아낌없이 표현하는 것을 보면서 느낀 것이 많았다”고 했다. 서일국제경영고는 다음 달 17일부터 다시 중국어 수업을 시작한다. 수업은 무료다.
김도형 기자 dod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