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용의자 물고문” 초강경 발언… 불안한 백인 지지층 다시 결집 카슨에 지지율 10%P 앞서… 민주선 힐러리 대세론 굳혀
특히 트럼프의 상승세가 눈에 띈다. 테러 전까지 벤 카슨과 엎치락뒤치락하며 공화당 대선 구도에서 ‘빅2’를 형성했지만 지금은 확연히 단독 선두로 치고 나섰다. 22일 워싱턴포스트-ABC방송의 공동 여론조사(1004명·11월 16∼19일)에 따르면 트럼프는 32%를 얻어 22%에 그친 카슨을 10%포인트나 앞섰다. 그 다음은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11%),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8%),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6%) 등의 순이었다.
같은 날 공개된 폭스뉴스 여론조사에서도 트럼프는 28%의 지지율로 18%의 카슨을 10%포인트 차로 제치고 1위 자리를 지켰다. 카슨이 최근 트럼프를 줄곧 이겼던 내년 첫 예비경선 지역인 아이오와 주 민심도 변하고 있다. CBS가 이 지역에서 실시해 22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서 트럼프는 30%, 카슨은 19%였다.
트럼프는 또 “9·11테러 당시 뉴저지 주 저지시티에서 많은 사람이 환호하는 것을 TV로 봤다. 아랍 인구가 많은 곳이다. 분명히 어떤 의미가 있다”며 마치 아랍인들이 9·11테러에 환호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트럼프는 파리 테러 직후엔 미국 내 무슬림을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무슬림 여부를 식별할 수 있는 특별한 신분증을 만들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경쟁에서 1위를 달리는 클린턴 전 장관도 국무장관을 지낸 이력을 살려 테러 국면에서 대세론을 더 굳히고 있다. 이날 워싱턴포스트-ABC방송 여론조사에서 클린턴의 지지율은 60%로 34%인 버니 샌더스의 2배에 가까웠다.
워싱턴 정가에선 첫 경선인 아이오와 코커스(내년 2월 1일)까지 70일도 안 남은 상황에서 테러 국면이 장기화되면 ‘클린턴 대 트럼프’의 구도가 만들어질 가능성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