챌린지(2부리그) 우승을 눈앞에서 놓치고 클래식(1부리그) 승격을 위해 험난한 ‘겨울축구’를 해야 하는 ‘아름다운 노병’ 노병준(대구)은 올 겨울 새로운 감동 스토리를 꿈꾸고 있다. 사진제공|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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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거로 모든 타이틀 경험한 백전노장
부천과 1-1 비겨 클래식 직행티켓 놓쳐
챌린지PO 넘어 승강PO까지 필승 결의
‘노병은 죽지 않는다. 다만 사라져갈 뿐이다.’
한국전쟁 당시 인천상륙작전으로 유명한 더글라스 맥아더 장군이 남긴 명언이다. 몸은 함께 할 수 없을지언정, 정신은 계속 살아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맥아더 장군처럼 누군가에게 깊은 영감을 주고 떠날 수 있는, 축복의 갈채 속에 당당히 떠나는, 그렇게 아름다운 끝을 생각하는 베테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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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모든 걸 얻진 못했다. 대구는 22일 부천FC와의 ‘현대오일뱅크 K리그 챌린지 2015’ 최종 라운드에서 1-1로 비겼다. 상주상무에 우승 트로피를 빼앗겼고, 내년 클래식(1부) 자동승격 찬스도 놓쳤다. 이날 노병준은 후반 17분 교체 투입됐다. 반드시 이겨야 정상에 설 수 있었던 절체절명의 순간, 대구 벤치에 주어진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았다. 무릎 부상에서 갓 회복된 노병준은 그렇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추가시간(5분)을 포함해 평생 잊을 수 없는 30여분이었다.
컨디션 난조에 부상이 겹쳐 10월 중순 이후 개점휴업 중이던 노병준은 마음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왜 하필 지금이냐”는 생각에 밤잠을 설칠 때가 많았다. 공교롭게도 노병준이 전열을 이탈하자, 9월말 1위로 도약해 승승장구하던 대구도 삐걱거렸다. “1경기만 더 뛰었다면, 1승만 더 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거다. 우리 후배들이 힘들 때 험난한 시간을 함께 하지 못해 더 가슴이 쓰리다.”
실제로 대구는 굉장히 어려운 상황에 놓였다. 클럽하우스와 축구전용경기장 건립 계획(내년 8월 착공 예정)이 이미 확정된 상태에서 선수단의 창단 첫 우승은 클럽 비전에 화룡점정을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그런데 목전에서 정상 등극에 실패했으니 후유증과 허탈감은 대단하다.
대구에 남은 유일한 목표는 클래식 승격인데, 역시 험난한 관문을 극복해야 한다. 수원FC와 서울 이랜드FC의 챌린지 준플레이오프(준PO·25일) 승자와 28일 홈에서 겨룬 뒤 다음달 2일과 5일 클래식 11위 부산 아이파크와 홈&어웨이 방식의 승강PO를 펼쳐야 한다. ‘가을축구’를 넘어, 예기치 못한 ‘겨울축구’가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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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