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아버지의 코트/짐 아일스워스 글/바바라 매클린톡 그림/고양이수염 옮김/36쪽·9500원·이마주
젊은 시절 재단사였던 할아버지는 결혼식을 위해 푸른 옷감으로 코트를 만듭니다. 그 코트는 시간이 지나 재킷이 되고, 조끼가 되고, 넥타이도 되며, 생쥐인형이 되었다가 진짜 생쥐의 보금자리가 됩니다. 그러다 완전히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려요. 한 번 만든 옷은 여러 번 고치고 꿰매는 과정을 거쳐 오랜 세월 중요한 순간마다 함께했습니다. 푸른 옷감은 닳고 닳아 완전히 사라지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를 거쳐 간 이들에겐 소중한 추억이 되었지요. 할아버지의 코트는 사라졌지만 그 모든 일은 ‘이야기’에 담겨 영원히 사라지지 않게 되었답니다.
새로운 것이 넘쳐나는 시절에 태어나 어느 하나 지키고 싶은 것도 없게 보이는 세대에는 어쩌면 이해하기 힘든 이야기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알뜰하고 소박하게 스스로 가꿔온 삶의 자세가 아름답다는 점은 공감할 것입니다. 혹시 또 모르지요. 올 풀린 스웨터와 양말로 무언가 만들고 싶어지는 날이 오게 될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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