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제 국회에서 고대영 KBS 사장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열렸다. 지난해 방송법 개정에 따라 도입된 첫 인사청문회였으나 야당 의원들은 공영방송 수장으로서의 자질과 전문성, 공정성 확보 방안을 검증하기보다 ‘사상 검증’에 치중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 언제인가를 묻는 질문에 고 후보자가 “대한민국 정부 수립은 1948년이고, 국가 수립도 1948년”이라고 답하자 새정치민주연합 최민희 의원은 “후보자가 뉴라이트 역사관을 가진 걸 증명했다”며 “건국이라는 표현을 철회하라”고 했다.
고 후보자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견해를 묻는 질문에 “언론사 수장이 의견이 대립하는 사안에 대해 개인 의견을 밝히면 나중에 보도나 제작 프로그램에 그 의견이 투영될 수 있다”고 말을 아꼈다. 고 후보자가 공정방송의 의지를 우회적으로 밝힌 데 비하면 새정치연합이 고 후보자의 보도본부장 시절 프로그램 중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추도 분위기 축소를 편향 사례로 지적한 것은 다수 국민의 공감을 얻기 힘들다.
과거 방송 내용을 놓고 정파적 관점에서 따지는 인사청문회를 지켜본 KBS 보도국 사람들은 취재 보도를 할 때마다 정치판의 반응을 의식하게 될 것이다. KBS 사장 후보 인사청문회 도입 자체가 그것을 노린 게 아닌지 의문이다. 지난해 여야는 공영방송과 민영방송 모두 노사 동수(同數)의 편성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는 내용의 방송법 개정안을 놓고 첨예하게 대립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방송의 자율성과 언론 자유를 위협한다는 이유로 반대하다 결국 이 조항을 삭제하는 대신 KBS 사장 인사청문회 도입에 합의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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