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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 나뒹구는 일회용 컵

입력 | 2015-11-16 03:00:00

[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11월의 주제는 ‘공공 에티켓’]<218>테이크아웃 용기는 쓰레기통에




버스정류장 벤치 위에 버려진 테이크아웃 커피.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12일 오후 5시경 서울 강남역 인근의 한 마을버스 정류장. 성인 셋은 충분히 앉을 법한 정류장 벤치에는 누군가 버리고 간 테이크아웃용 커피 컵 세 개가 놓여져 있었다. 벤치 한쪽에 나란히 컵이 놓인 모양새가 마치 근처에 즐비한 카페 테이블을 연상케 했다.

각기 다른 사람이 버리고 간 듯 각기 다른 매장의 용기였다. 마을버스를 타러 온 한 남학생 무리는 벤치에 버려진 일회용 컵을 보고는 두 명만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 커피가 그대로 남아있는 것은 물론이고 군데군데 휘핑크림이 묻은 컵을 그 누구도 치울 생각을 하지 못했다.

커피 프랜차이즈, 테이크아웃 커피 전문점 등이 급증하면서 이들 매장이 사용하는 일회용 종이컵이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커피 구매자가 버스를 타거나 담배를 피울 때처럼 두 손이 필요한 상황이 닥치면 아무 곳에나 종이컵을 버리는 탓에 도로나 버스정류장 이용에 큰 불편을 끼치고 있다. 경범죄처벌법에 따르면 쓰레기 무단투기는 10만 원 이하의 벌금, 구류 또는 과료의 형으로 처벌받는다.

이날 기자가 지하철 2호선 강남역 10번 출구에서 9호선 신논현역 6번 출구까지 600여 m를 10여 분간 걸으며 대로변에서 찾은 버려진 커피용 종이컵은 총 13개. 버스 정류장 벤치는 물론이고 옷 가게 쇼윈도 앞, 버스정류장 안내판 밑, 아스팔트 도로 위 등 다양한 곳에서 나왔다. 이 밖에도 홍대입구, 여의도 등 커피전문점이 몰려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버려진 일회용 종이컵을 찾을 수 있었다.

문제는 여느 쓰레기와 달리 버려진 일회용 컵 중 대다수는 안에 커피, 주스 등 내용물이 일부 남아 있다는 점이다. 대부분 당분이 함유돼 조금만 흘려도 끈적끈적해지는 데다 얼룩이 남아 누군가 손으로 치우기도 힘들고 내용물이 흘러나온 줄 모르고 벤치에라도 앉으면 낭패를 당하기 일쑤다. 강남역 인근을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은 본격적인 낙엽철이 다가오기 전까지 수시로 역 인근에서 물청소를 해야 했다. 휴지통 찾기 어려운 점도 문제다.

11년째 강남역 인근에서 일하는 환경미화원 김영민 씨(44)는 “찬 음료를 담는 플라스틱 일회용 컵은 일반 페트병과 소재가 달라 별도로 분리작업을 해야 한다”며 “환경을 생각해 개인용 컵을 사용하든가 아니면 반드시 쓰레기통에 버리는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강홍구 기자 wind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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