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경 여성동아 편집장
패션에서 복고, 즉 레트로(retro)는 70년대 프랑스 언론에 의해 처음 명명됐다. 그 전에도 과거의 형태를 가져오는 역사주의 디자인은 많았지만, 현재에 대한 불만과 불안 때문에 과거를 되살리려는 경향은 분명 새로운 것이었다. 당시 디자이너 이브 생로랑이 40년대풍 패션을 선보여 파리를 발칵 뒤집어 놓았는데 극도로 예민했던 그는 돈과 공장이 지탱하는 산업사회와 모더니즘을 혐오해서 다른 사람들도 곧 자기처럼 과거를 그리워하게 될 것임을 예상했다. 즉, 복고란 좋았던 시절에 대한 회고와 추억이라는 ‘감성’을 파는 것이다. 그래서 복고는 현실이 힘들고 미래가 불안할 때 인기를 얻는다.
창간 82주년을 맞은 여성동아도 1988년의 여성동아를 통해 ‘쌍팔년’을 추억하는 특집 기사를 기획했다. 놀랍게도 그해에도 여성동아 11월호 톱기사는 박근혜 대통령의 ‘육성’ 고백이었고 2015년 아이돌이 입는 옷을 배종옥, 박원숙 같은 당시 인기 배우들이 입고 있다. 야구 점퍼와 무스탕(양피 ‘무통’의 한국식 용어), 물 빠진 ‘청청’ 패션 등등을 소개하는 88올림픽의 해 패션 기사는 마치 올해의 유행을 설명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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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복고에 대해 가장 궁금한 질문. 30년 전 서랍 속에 처박아 둔 옷을 입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절대불가’다. 80년대 점퍼가 되돌아왔대도 올해 점퍼의 품은 더 커지고 칼라는 날렵하고 소매는 좁아졌다. 그 시절 옷을 입으면 당연히 촌스럽다. 재활용품 분리하는 날에나 입을 일이다. 복고는 좋은 것만 기억하기에 늘 퇴행이라는 부작용에 주의해야 한다. 복고란 추억을 자르고 재단해 현재의 몸에 맞춘 최신상이지 죽은 것을 되살리는 흑마술이 아니다.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복고가 매우 새로운 유행인 이유다.
김민경 여성동아 편집장 hold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