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97개 대학 실질등록금 분석]
교육부의 압박 때문에 그동안 대부분 대학이 명목등록금을 동결하거나 소폭 인하한 가운데 이렇게 실질등록금 순위가 크게 달라진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 장학금 규모를 크게 웃도는 국가장학금이 2012년 도입되면서 대학별 1인당 장학금 액수에 변동이 커진 것이다.
정부가 지급하는 장학금이 전체 장학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011년에는 23.2% 수준에 그쳤지만 지난해에는 55.5%에 달했다. 반면 69.9%에 이르던 교내 장학금 비율은 40.5%로 줄었다. 이 때문에 서울 지역 대학들은 교내 장학금 수준이 여전히 높은 편인데도 국가장학금을 포함한 1인당 장학금이 낮게 집계되면서 실질등록금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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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가운데 지난해 국가장학금을 제외한 1인당 교내외 장학금 규모가 큰 대학은 홍익대(234만1200원) 성균관대(225만3900원) 성신여대(194만900원) 대진대(183만2200원) 이화여대(181만1500원) 순으로 나타났다. 이 중 홍익대와 성균관대는 2011년 조사에서도 국가장학금을 뺀 교내외 장학금이 178만여 원과 177만여 원으로 각각 1, 2위를 기록했던 대학이다. 반면 성신여대는 장학금 지급을 2010년 1인당 120만여 원에서 70만 원 이상 늘린 경우다. 이성기 성신여대 학생처장은 “동아일보의 실질등록금 분석 결과 등을 바탕으로 명목등록금 인하와 장학금 확충의 두 가지 축으로 학생들의 실질적인 학비 부담을 줄이려고 노력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백석대 역시 2011년에 교내외 장학금이 92만8000여 원에 그치면서 실질등록금 순위 3위를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180만2800원으로 교내외 장학금이 늘면서 실질등록금 순위가 60위권으로 떨어졌다.
학생들의 소득분위를 중심으로 지급되는 국가장학금의 대학별 편차가 상당한 것도 눈에 띈다. 사립대끼리 비교했을 때 학생 1인당 국가장학금은 최고 259만5800원(남서울대)에서 최저 106만5600원(한국외국어대)까지 큰 차이를 보였다. 또 서울 소재 사립대 20곳의 국가장학금 평균은 128만9000원인 반면 나머지 사립대 전체 평균은 171만5000원인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외대와 경희대 고려대 동국대 서강대 중앙대 등 이른바 서울 지역 주요 대학 6곳이 국가장학금 평균 하위 10위 안에 포진한 가운데, 한국외대는 실질등록금 순위가 2011년 71위에서 지난해 27위로 상승했다. 결국 경제적 여건이 좋은 학생들이 서울 지역 주요 대학에 상대적으로 많이 진학했다는 사실이 대학별 국가장학금 지급 규모의 편차를 통해서도 입증된 셈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5000억 원가량의 ‘국가장학금 2유형’은 대학의 등록금 부담 인하 노력 등이 반영돼 차등 지급된다”면서도 “대부분의 국가장학금은 소득수준이 기준인 게 맞다”고 밝혔다.
김도형 dodo@donga.com·김호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