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C 코미디프로 진행 맡아 콩트 출연하고 춤추며 여유만만
등장하자마자 “나는 생각보다 괜찮은 사람이고 그래서 대통령이 되려고 한다”고 한 트럼프는 발언 도중 민주당 대선 주자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을 흉내 내던 코미디언 래리 데이비드로부터 “당신은 인종차별주의자야”라는 고함을 들었다. 트럼프의 히스패닉 비하 발언을 겨냥한 것으로 트럼프로서는 다소 당황했을 법한 상황이었다.
트럼프가 개의치 않고 “당신 왜 그러냐”고 묻자 데이비드가 “녹화장 밖에 있는 사람들이 이 말을 하면 5000달러(약 570만 원)를 준다 해서 그랬다”고 하자 폭소가 터져나왔다. 그러자 트럼프는 “사업가로서 당신의 결정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받아쳐 다시 웃음을 자아냈다. 녹화장 밖에는 트럼프의 SNL 출연을 반대하는 히스패닉 등 시위대들이 ‘트럼프를 버려라(Dump Trump)’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지난달 민주당 대선 주자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이 프로그램에 바텐더로 잠시 출연해 친근한 모습을 보여준 것만으로도 지지율 상승의 계기를 잡은 만큼 1시간 반 동안 프로그램을 휘어잡은 트럼프에게 이번 출연이 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트럼프가 다시 대세론을 형성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까지 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