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이 당뇨병 신약 라이선스를 프랑스 제약사인 사노피에 총 4조8000억 원에 파는 기술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한국 제약산업 사상 최대 규모이며 지난해 한국 제약업계 총매출 15조 원의 3분의 1에 달한다. 이 회사는 연간 매출의 10∼20%를 꾸준히 연구개발(R&D)에 투자했으며 올 3월과 7월에도 항암제 후보물질을 수출했다. 한국도 글로벌 제약회사를 만드는 게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입증한 셈이다.
한국은 100년이 넘는 근대 제약산업의 역사를 가졌고 제약회사도 500개가 넘지만 세계 100위권에 드는 회사는 한 곳도 없다. 한국 기업들이 전자 자동차 철강 등 다른 제조업에서 세계 1, 2위로 발돋움한 것과 비교된다. 제약회사들은 넘어야 할 산이 많은 신약개발보다 특허가 만료된 다국적 회사 제품을 복제하거나 기능성 음료로 돈을 버는 손쉬운 길을 택했다. 담당 부처인 보건복지부가 국민 복지를 명분으로 ‘약값 후려치기’ 등 규제 일변도로 관리한 탓도 크다.
사회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2020년대가 되면 세계적으로 제약을 비롯한 바이오헬스케어 분야가 반도체, 자동차를 추월하는 거대 시장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인구 800만 명의 작은 나라 스위스에는 노바티스, 로슈 등 세계 50대 제약회사 중 5곳이 있다. 수출의 30%가 제약산업에서 나온다. 일본은 아베 신조 총리가 취임한 후 줄기세포 연구개발을 촉진하는 재생의학법을 만들고 재생의료에 대한 규제를 완화함으로써 세계적인 연구개발 거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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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박 대통령은 “세상은 눈이 팽팽 돌아갈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다”면서 “선제적으로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전규제보다 사후규제 방식으로 과감하게 규제시스템을 개혁해야 유전자 줄기세포 정보기술(IT)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들이 융합해 빠르게 발전하는 바이오헬스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키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