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소프트 엑소슈트’ 개발 한창
코너 월시 미국 하버드대 전자과 교수팀이 최근 개발한 웨어러블 로봇 ‘하버드 엑소슈트’. 딱딱한 금속 대신 실제 옷 같은 직물로 관절 로봇을 만들었 다. 가볍고 튼튼하지만 착용자의 힘을 최대 20%까지 키워준다. 미 하버드대 바이오디자인연구소 제공
지금까지 군용 아이언맨 슈트는 대부분 단단한 금속으로 만들었다. 미국 방산업체인 록히드마틴이 개발 중인 ‘헐크(HULC)’나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개발한 ‘하이퍼(Hyper)’는 강한 알루미늄 합금으로 제작됐다. 미군이 현재 차세대 군용 로봇으로 개발 중인 ‘탈로스(TALOS)’도 골격을 금속으로 설계했다.
하지만 최근 이런 갑옷형 로봇의 실효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전문가가 늘고 있다. 사람이 입고 움직이는 로봇을 굳이 무겁고 딱딱하게 만들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이들은 섬유로 만든 옷과 같은 로봇, 일명 ‘소프트 엑소슈트(Soft Exosuits)’가 훨씬 효율적이라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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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너 월시 미국 하버드대 전자과 교수팀은 최근 소프트 엑소슈트의 일종인 ‘하버드 엑소슈트’의 시제품을 개발하고 성능 실험을 진행 중이다. 하버드 엑소슈트는 몇 가지 부품만 제외하면 대부분 섬유로 만들어졌다. 섬유 내부에 들어 있는 초소형 모터와 와이어를 이용해 근육을 감싸고 있는 구조체를 잡아당겨 힘을 키우는 방식이다. 하버드 엑소슈트를 입으면 힘이 최대 20%까지 증가한다.
한국인 과학자로 이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이상준 연구원은 동아일보와의 e메일 인터뷰에서 “하버드 엑소슈트를 입은 병사가 40kg의 짐을 짊어지고 험지를 걷는 등 다양한 상황에서 테스트하고 있다”며 “소프트 엑소슈트는 옷장에 걸어 두거나 접어서 보관할 수 있을 만큼 가볍고 부드럽다”고 말했다.
소프트 엑소슈트는 의료용이나 재활용으로도 가치가 높다. 스티브 콜린스 미국 카네기멜런대 기계공학과 교수팀은 아무런 동력 없이 입는 것만으로 신체 에너지 소모량을 7%가량 줄여 주는 소프트 엑소슈트를 개발하고 4월 과학저널 ‘네이처’에 발표했다.
미국 레이시언사가 개발한 금속 웨어러블 로봇 ‘엑소스(XOS)’. 강한 힘을 낼 수 있는 고성능 모델이지만 무겁고 부피가 커 전력 관리 등이 문제가 되고있다.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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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 슈트 작동에 전력이 많이 필요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미국 레이시온사가 개발 중인 ‘엑소스(XOS)’는 축구나 권투를 할 수 있을 만큼 성능이 뛰어나지만 안정적으로 전력을 공급하는 배터리 시스템이 없어 로봇에 항상 전선을 연결해 놓아야 한다.
하지만 아직까지 기술적으로는 금속 슈트나 소프트 엑소슈트 모두 미완성 상태여서 승자를 장담하긴 이르다. 국내 착용형 로봇 전문가인 장재호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소프트 엑소슈트도 무거운 짐을 들 때 관절 피로도를 병사가 그대로 떠안게 되는 단점이 있다”며 “강한 힘을 내는 고성능 군용 로봇은 기존의 금속 슈트가, 누구나 손쉽게 입을 수 있는 보급형 로봇은 소프트 엑소슈트가 대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승민 동아사이언스 기자 enhanc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