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선 1년 앞으로]<상>정치 양극화 혼돈의 미국
미 선거 전문가들도 요즘 구도는 과거 선거 때마다 흔히 벌어졌던 양당 대결 구도를 넘어 지지자들 간 ‘정치적 양극화(Polarization)’가 어느 때보다 심해지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갤럽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14년 현재 자신의 정치적 성향을 ‘중도’라고 답한 비율은 39%로 20년 전 같은 조사에 비해 10%포인트나 줄었다. 정적(政敵)조차도 곧잘 포용하는 것으로 유명한, 관용에 익숙했던 미국 사회가 왜 이렇게 됐을까.
○ 벼랑 끝 공화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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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자질에 대한 미국인들의 인식 변화를 보면 알 수 있다. 여론조사기관인 퓨리서치센터가 지난달 발표한 ‘민심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올 3월만 해도 공화당 지지자의 57%가 풍부한 정치·행정 경험을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자질로 꼽았다. 36%는 정치에 대한 새 아이디어와 색다른 접근 방식을 꼽았다. 반년 뒤인 9월에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29%만이 풍부한 경험을 중시했고, 65%가 새 아이디어를 갖춘 후보를 내서 정권을 되찾아와야 한다고 답한 것. 기성 정치인들로는 클린턴을 꺾기 어려우니 새 판을 짜야 한다는 민심을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트럼프와 카슨 같은 정치 경험이 전무한 ‘워싱턴 아웃사이더’들이 부상한 배경인 셈이다.
앨런 리크먼 아메리칸대 교수는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2차대전 후 민주당은 말할 것도 없고 공화당도 대선 후보들이 대부분 기성 정치권에서 나왔는데 ‘아웃사이더’들이 공화당 대선주자로 부상해 이렇게 오랫동안 선두권을 유지한 것은 전례가 없다”고 했다.
○ 강력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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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와 카슨 지지자들도 이들의 리더십에 주목하고 있다. 4일 퀴니피액대 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자 중 29%가 트럼프가 ‘강한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답했고, 24%는 카슨이 그렇다고 봤다. 트럼프가 유세 때마다 말하는 게 ‘이기는 미국(winning America)’이다. 민주당 지지자 중에선 67%가 클린턴이 강한 리더십을 발휘해줄 것으로 기대했다.
우드로윌슨센터 로버트 달리 선임연구위원은 “선거에서 다른 당 후보를 꺾는 것은 물론이고 중국과 세계 패권을 놓고 경쟁해야 할 미국 대통령으로서 무엇보다 리더십이 중요한 덕목으로 간주되고 있다”고 했다. 이처럼 강한 리더십에 대한 갈망은 ‘햄릿’으로 불리며 한동안 우유부단한 리더십을 보여준 오바마 대통령에 대한 실망감이 깔려 있다는 시각도 없지 않다.
○ 늘어나는 무당파
현재 미국인들의 대선에 대한 관심은 역대 최고 수준이라는 게 현지인들의 전언이다. 공화당의 정권 교체 열기가 더 뜨겁지만 민주당의 정권 재창출 의지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서 2008년 오바마 대통령이 당선된 1년 전인 2007년 공화당 지지자 중 “대선에 관심이 있다”는 비율은 69%, 민주당 지지자들은 72%였는데 올해 9월 공화당 지지자들은 81%가 대선에서 투표하겠다고 답했다. 민주당도 8년 전과 비슷한 71% 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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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리서치센터 캐럴 도허티 정치분석실장은 “어느 때보다 혼전인 상황에서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있는 시민들이 많다는 증거이기도 하지만 무당파가 무투표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고 결국 누군가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투표율은 역대 최고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