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친구’는 서로에게 눈을 떼지 못했다 “패터슨이 칼로 찌르는 것 봤다”… “리가 뭔가 보여주겠다며 공격” 공판검사 상대로 범행 재연 등 팽팽… 리 “진실 밝히고 유족에 사과하라”
“사건 현장에서 누군가는 피해자 조중필 씨(당시 22세)를 찔렀지만 나는 아니다.”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가 증거불충분으로 무죄 확정 판결을 받은 리 씨도, 피고인석에 앉은 패터슨도 공모(共謀)를 부인하며 서로 상대방을 범인으로 지목했다. 영어 통역을 요청한 리 씨는 자주 질문 취지를 되물었고, 전체 질문의 절반 이상에 “기억나지 않는다(I don‘t recall)”라고만 대답했다. 검찰은 리 씨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 당시 사건 현장의 실측 도면과 사진, 현장검증 장면 등을 실물화상기에 띄워 신문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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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패터슨은 “리가 뭔가를 보여주겠다고 해서 옆으로 비켜서서 기대했는데, 갑자기 피해자를 공격해 놀랐다. 조 씨가 반시계방향으로 돌아서 저항했지만 그가 계속 공격했다”며 맞섰다. 리 씨가 “패터슨과 조 씨가 눈이 마주쳤고, 조 씨가 똑바로 쳐다보지 않았기 때문에 패터슨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하자, 패터슨은 직접 “어떻게 18년 전의 다른 행위는 기억하지 못하면서 그것은 똑바로 기억할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패터슨에게 ‘사람을 찔러 보라’고 범행을 부추기지 않았느냐”는 검사의 질문에 리 씨는 “나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이어 “당신이 설사 범행을 저지르지 않았더라도 신고를 했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묻자, 리 씨는 숨을 크게 들이마신 뒤 “당시 아서는 내 친구였다. 너무 충격을 받아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고 답했다. 리 씨는 재판 말미 피고인석을 향해 “아서, 진실을 밝혀. 유족에게 사과를 구해”라고 말하다 재판부에 제지당했다.
이날도 방청석에는 조 씨의 어머니 이복순 씨(73)가 앉아 있었다. 이 씨는 재판부가 피해자 진술 기회를 주자 “죽은 우리 아들 생각하면 가슴이 떨리고 치가 떨린다”며 “판사님, 검사님 진실을 잘 밝혀서 최고형에 처해 달라”라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배석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