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 좋으면 하루 4만원, 운 나쁘면 17만원 복지부 일반병실 70% 의무화 따라 대형병원 2인실 일부 ‘일반’ 전환 배정 기준없어 환자들 분통
고관절 골절상을 입은 A 씨는 지난달 서울의 한 대형 종합병원에서 입원 치료를 받으면서 행운 아닌 행운을 잡았다. 하루에 15만∼20만 원인 2인실 상급병실을 이용했는데 일반병실 입원비인 약 4만 원만 부담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재입원했을 때 같은 방을 이용했는데 17만 원을 냈다. A 씨는 “무슨 기준으로 병실료가 부과되는지 모르겠다”며 “병원 측이 설명해 줬지만 뭔가 속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최근 서울 경기 지역의 대형 대학병원에서는 ‘복불복 2인실 요금’으로 인한 환자들의 항의가 늘고 있다. 이는 병원들이 일반병실 의무비율(70%)을 맞추기 위해 상급병실인 2인실을 일반병실로 돌리면서 생긴 현상이다.
보건복지부는 환자 부담이 큰 3대 비급여(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간병비) 개선을 추진하면서 상급종합병원의 일반병실(4∼6인실) 비율을 올해까지 70%로 맞추게 했다. 하지만 환자를 받지 않고 일반병실을 늘리는 데 부담을 느낀 일부 병원은 기존 2인실을 일반병실로 전환하고 일반병실료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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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00병상 규모의 서울 A병원은 2인실 185병상을 일반병실처럼 사용하고 있다. 2400병상 규모의 B병원도 2인실 200병상을 울며 겨자 먹기로 일반병실로 돌렸다. 이 때문에 병원들은 하루에 2000만∼4000만 원가량의 손실을 떠안고 있다. 월 매출로는 6억∼12억 원에 이르는 돈이다.
4만 원짜리 2인실이 생겼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병원 관계자들의 고충도 커졌다. 병원 VIP 고객들에게서 싼 2인실을 구해 달라는 요구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A병원 관계자는 “예전에는 1, 2인실에 며칠 머물다 일반병실(4∼6인실)로 옮겨 달라는 요청이 많았는데, 최근에는 4만 원짜리 2인실을 구해 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복지부가 ‘일반병실 적용 2인실’의 구체적인 운영 방침을 병원에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예를 들어 D병원은 암 환자에게 ‘일반병실 적용 2인실’을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줘 혼란을 최소화했는데, 복지부가 이와 같은 가이드라인을 만들 필요가 있다는 것. 손영래 복지부 보험급여과장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이후 다인실을 무작정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논의가 있어 ‘2인실 일반병실’이 탄생했지만, 일부 현장에서 혼란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관리 감독을 강화해 형평성에 문제가 없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유근형 기자 noe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