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 성적표]<5>20대 국회 이렇게 달라져야
최악의 불량 국회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19대 국회는 각종 지표에서 부끄러운 민낯을 그대로 보여줬다. 의원입법 가결률은 11.5%로 역대 최저 수준이었고, 본회의 표결 참여 의원 비율도 64.8%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한참 못 미쳤다.
○ 낙제점 면치 못한 19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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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대 국회의 ‘비효율 저성과’는 19대 국회부터 적용된 이른바 ‘국회선진화법’과 무관치 않다. 법안 통과 규칙이 과반수에서 5분의 3(60%) 이상으로 바뀌면서 소수 야당의 ‘몽니’는 일상화됐다. ‘소수당 결재법’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여당이 중점 법안을 통과시키려면 야당의 요구도 반드시 들어줘야 해 ‘법안 끼워 넣기’는 19대 국회의 ‘나쁜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7선 의원을 지낸 조순형 전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여야의 초당적 협력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 세월호 참사 놓고 최악의 장면 연출
전문가들이 꼽은 19대 국회 최악의 장면은 바로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 여야는 그해 5월 2일부터 9월 30일까지 151일간 단 한 건의 법안도 처리하지 못했다. 국가적 대재난 앞에서 하나가 되지 못한 채 5개월을 정쟁으로 지새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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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본 원인을 두고는 여러 진단이 나왔다. 박명호 동국대 교수는 무기력한 초선 의원들에게서 원인을 찾았다. 박 교수는 “한국 국회의 특징 중 하나는 초선 의원 비율이 높다는 점”이라며 “19대 국회의 초선 의원들은 역대 국회와 비교해 쇄신 의지도 약하고, 패기도 없었다”고 혹평했다. 19대 국회의 초선 의원 비율은 49.7%로 18대 국회(45.8%)보다 높고 17대 국회(62.5%)보다는 낮다.
‘의원 자질론’을 제기한 전문가도 있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는 “2012년 공천 당시 전문성이나 의정 능력보다 여당은 친박(친박근혜) 성향의 무난한 인사들을, 야당은 전투력을 공천 기준으로 삼으면서 인재 충원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청와대가 여당을 통해 국회를 지배하려 하면서 입법부와 행정부 간 건강한 견제 관계가 깨진 점도 19대 국회 실패의 한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김병준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정당이 국가적 비전 없이 오로지 권력을 잡는 데만 혈안이 된 구조가 깨지지 않는다면 ‘비효율 저성과’ 국회는 계속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효재 전 수석은 “임기 4년 내내 놀아도 다시 당선되는 사람이 너무 많다”며 “의원 성과를 평가하는 지표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 20대 국회, 이것만은 달라져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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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평중 한신대 교수는 20대 국회가 달라지려면 의원 개개인의 문제보다 국회 차원에서 정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윤 교수는 “국회의 정책심의 기능을 강화하고 예산 전문 인력을 대폭 증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래야 팽창하는 행정 권력과 선출되지 않은 사법 권력을 국회가 견제하고 감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박원호 서울대 교수는 국회와 행정부의 관계를 바로잡는 것에서부터 20대 국회가 새롭게 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교수는 “올해 6, 7월 국회법 개정안 파동은 국회가 여전히 행정부에 예속돼 있음을 확연히 드러낸 사건”이라며 “수평적 당청관계가 이뤄져야 여야 간 대화와 협력이 가능해진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국회의원의 입각이나 청와대 근무도 삼권분립 원칙에 어긋나는 만큼 바로잡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조진만 덕성여대 교수는 대선주자들의 리더십이 20대 국회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내다봤다. 조 교수는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정쟁을 지양하고 정책 능력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경쟁한다면 20대 국회는 19대보다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병준 전 실장은 “국회의 권한 축소가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실장은 “노사정위원회에서 합의를 해도 국회에서 뒤집어진다면 노조가 노사정위원회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며 “정부 위원회나 지방정부로 권한을 대폭 넘기고 국회의 권한을 줄이지 않는다면 여야 간 극한 대립과 갈등은 근본적으로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egija@donga.com·홍정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