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넉 달간 6537건 중 49건뿐 그나마도 한박자 늦은 ‘뒷북 리포트’… 금감원 “매수 일색 관행 철폐” 무색
금융당국이 6월 말 증권사의 매도(Sell) 의견 보고서를 늘리겠다고 공언한 지 석 달이 넘었지만 “주식을 팔라”는 증권사의 매도 의견 투자분석 보고서는 여전히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7월부터 이달 23일까지 국내 증권사 33곳이 발간한 종목별 보고서 총 6537건 가운데 ‘매도’ 의견이 있는 보고서는 3건, ‘비중 축소’는 46건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에서 비중 축소를 매도와 같은 뜻으로 사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도 의견은 총 49건으로 전체 보고서의 0.7% 정도다. 금융감독원이 6월 말 증권사의 매수 의견 일변도인 관행을 바꾸겠다고 나섰지만 증권업계의 관행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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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도 보고서를 발간하는 증권사도 적었다. 조사 기간에 하나금융투자가 18건으로 매도 의견 보고서를 가장 많이 냈다. 이어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이 각각 6건의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올해 6월 삼성물산 합병 무산 가능성을 분석한 보고서를 발행했던 한화투자증권은 하반기 들어 매도 보고서를 한 건도 발행하지 않았다. A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매수를 추천할 만한 종목만 골라 보고서를 내기 때문에 언급되지 않은 종목은 매도나 투자보류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매도 보고서가 과거에 비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2013년 11건에 불과했던 증권사의 매도 보고서는 지난해 29건으로 늘었다. 올해 상반기에도 21건이 있었다. 하지만 외국계 증권사와 비교하면 여전히 투자자보다 기업들의 눈치를 많이 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영업 중인 16개 외국계 증권사가 최근 1년간 전 세계 투자자들에게 제공한 투자 분석 보고서 2만6422건 중 매도 의견이 있는 보고서는 4848건(18.3%)이었다.
금융투자업계는 매도 보고서를 늘리겠다는 당국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주가 하락을 우려하는 기업과 투자자들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조윤남 하나금투 리서치센터장은 “국내 시장은 아직 매도 의견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매도 의견을 수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된다면 증권사들도 매도 보고서를 활발히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