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FA 주관 대회 사상 첫 브라질전 승리라는 전리품을 챙긴 한국 대표팀은 기니를 꺾으면 그동안 한국 축구의 발목을 잡아온 ‘2차전 무승 징크스’도 털어 버릴 수 있다. 역대 4차례 나선 17세 이하 월드컵 본선에서 한국은 조별리그 2차전에서만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8강 쾌거를 달성한 1987년 캐나다 월드컵과 2009년 나이지리아 월드컵에서는 각각 에콰도르와 이탈리아에 패했고, 2003년 핀란드 월드컵(조별리그 탈락)에서는 세계적인 미드필더가 된 스페인의 다비드 실바(맨체스터시티)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역전패했다. 성인 대표팀으로 눈을 돌려도 결과는 마찬가지다. 역대 FIFA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에서 한국이 거둔 성적은 4무 5패다.
징크스 탈출은 ‘체력 회복’과 ‘심리적 안정’에 달려 있는데, 최진철호는 두 가지 모두에서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심리적인 부분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2007년 한국에서 열린 대회(조별 리그 탈락)에서 사령탑을 맡아 심리치료사까지 동원했던 박경훈 전 제주 감독은 “청소년 선수들은 심리 상태의 굴곡이 심하기 때문에 코칭스태프가 선수들이 평정심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진철호는 1차전 승리 직후 주장 이상민(울산 현대고)이 “브라질을 이겼다고 자만하면 안 된다”며 코칭스태프가 나서기 전에 스스로 선수들의 들뜬 마음을 다잡았다. 브라질전을 앞두고 선수들의 호텔 방문 앞에 “긴장하지 말라”는 글을 붙였던 협회도 새로운 격려문을 준비하고 있다. 협회 관계자는 “선수들이 기니전에만 집중할 수 있는 깜짝 놀랄 만한 문구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문제는 1차전에서 무릎 십자인대 파열로 더이상 경기에 나설 수 없게 된 수비의 핵 최재영(포항제철고)의 공백을 얼마나 잘 메울 수 있느냐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아프리카 청소년 선수들은 근력이 한국보다 뛰어난 경우가 많다. 몸싸움 등에서 밀려 위축되면 경기력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조직적이고 효율적인 수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재영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나는 이제 더는 못 뛰지만 내 몫까지 힘내서 목표인 4강을 이뤄내 달라”는 글을 남겼다. 역대 15회의 대회에서 아프리카 팀(나이지리아, 가나)은 조직력의 유럽과 개인기의 남미 강호들을 꺾고 6번이나 우승했다. 기니도 아프리카 지역 예선에서 강호 나이지리아와 1-1로 비길 정도로 탄탄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1995년 이후 20년 만에 이 대회 본선에 진출해 경험 부족이라는 큰 약점이 있다.
정윤철 기자 trig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