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금융기관 구조조정 방안’ 보고서
박근혜 정부 들어 적극적 재정정책을 추진해온 점을 감안하면 전체 정책금융 잔액은 더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는 ‘좀비기업’이 늘고 중복지원 문제가 심해지면서 정책금융이 건전한 성장을 저해하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 정책기관 관리기업 43%가 부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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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기업 구조조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가운데 정책자금이 대규모로 풀리면서 퇴출돼야 할 기업이 연명하거나 ‘정책금융 따먹기’에 익숙한 일부 기업에 자금이 중복지원 되고 있다는 점이다. 설비자금 대출 등을 주로 담당하는 산업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총여신 125조 원 중 정책금융 비중은 80조 원(64%)에 이른다. 산업은행이 관리하는 관리기업 268곳 중 구조조정 중인 부실기업은 올해 3월 말 114곳(43%)이나 된다. 이런 가운데 산은이 관리하는 대우조선해양의 부실이 올 2분기(4∼6월)에만 3조 원이나 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수출입은행은 부실 여신이 늘면서 6월 말 기준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이 10.01%로 국내 은행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수은은 2012년 이후 정부가 여러 차례 출자하며 자기자본비율을 높여왔는데 정부가 다시 1조 원 안팎을 현물 출자해야 하는 상황이다.
중소기업 정책금융을 통해 기업에 지원되는 대출은 전체 은행대출 중 12%로 OECD 평균(5%)보다 크게 높다.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내놓은 ‘중소기업 금융지원 효율화 방안’ 보고서 등을 종합해보면 국내 중소기업의 효율성은 미국의 절반 수준이고 1인당 부가가치 생산성은 국내 대기업의 3분의 1에 머물고 있다.
○ ‘낙하산’ 빼고 전문가 중심 구조조정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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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금융기관의 중심인 산업은행과 관련해서는 민영화를 다시 추진하되 기업 인수합병(M&A) 부문과 투자은행 부문으로 쪼개 시장에 매각하는 시나리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산은이 맡아온 수출 관련 정책금융 부문은 수은으로 넘기고 중소기업 관련 정책금융은 기업은행으로 넘겨 일원화해야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중소기업 정책자금 지원체계도 기관 통폐합을 통해 중복지원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오 교수는 “정책자금을 지원할 때 떼일 염려가 없는 곳에만 안정적으로 빌려주기보다는 창조적이고 모험적인 분야에 투자해 미래성장동력을 육성하는 체계로 개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홍수용 기자 leg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