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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외압 우려 씻을 시스템 제시해야 권위있는 필진 참여”

입력 | 2015-10-13 03:00:00

[역사 교과서 제대로 만들자]<1>집필진 독립성이 관건




교육부가 중·고교 한국사 교과서를 국정 체제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국정 교과서의 집필진 구성이 최우선 과제로 떠올랐다. 역사 교과서를 둘러싼 해석이나 이념 논란이 벌어질 때마다 “권위와 균형을 갖춘 필자가 가장 중요하다”는 진단은 끊이지 않았다.

특히 국정 교과서 체제에 대한 학계 반발이 만만치 않은 점을 감안하면 학문적으로 인정받으면서 중립성도 갖춘 집필진 확보는 더욱 절실해졌다. 이에 따라 국정화를 계기로 독립적이고 지속 가능한 역사 교과서 편찬 기구를 만들어 장기적으로 신뢰받는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오고 있다.

○ “독립적 집필위 구성해야”

독립된 역사 교과서 전담 기구의 필요성은 어제오늘 제기된 문제가 아니다.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는 “1974년 국정 교과서를 만들기 전에는 국사교육강화위원회를 만들어 학자들이 새로운 국사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합의를 하고 교과서 집필의 큰 틀을 합의했다”며 “독립적 기구를 통해서라도 우리 시대가 요구하는 합의된 집필 기준을 제시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3년 고교 한국사 교과서의 오류 논란이 있을 때도 독립 기구를 만들자는 제안들이 나왔다. 집필진 선정과 집필 기준 마련에서부터 검정(검정제의 경우) 또는 집필(국정제의 경우)에 이르는 전 과정을 책임지는 독립 기구를 만들어야 소모적인 논란을 막을 수 있다는 취지였다.

지난해 1월 교육부가 자체적으로 편수 조직을 강화한다고 밝히자 야권에서는 이에 반대하며 독립된 검정 기구를 만들라는 요구를 내놓기도 했다. 당시 안철수 의원의 신당 창당 준비기구인 새정치추진위원회는 “국사편찬위원회를 대신해 정권 교체나 좌우 진영으로부터 자유롭게 독립 기구화한 검정 위원회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

○ 국정일수록 필요한 독립 기구

검정 체제하에서도 제기됐던 독립 기구의 필요성은 국정 체제에서 한층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교육부와 국사편찬위원회는 당장 다음 달부터 집필진을 구성한다고 했으나, 정부가 원하는 우수한 전문가가 국정 교과서 제작에 발 벗고 나설지는 미지수다. 지금은 국정 교과서의 집필진으로 이름을 올리는 것 자체가 논란의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격이기 때문이다. 중립적인 인사라 하더라도 자칫 ‘친정부적’인 행보로 비치는 것에 부담을 느낄 수도 있다.

이에 따라 교과서 문제가 이념 전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는 동시에 고질적인 교과서 집필진 구인난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정권에서 독립적인 집필 기구를 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장은 국편이 지휘봉을 잡는다고 하더라도, 장기적으로는 외부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상태에서 집단적인 학계 전반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기관이 필요하다는 것.

연민수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면서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길러 낼 고민을 하는 전문가들이 독립 기구에서 교과서를 만들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국편 인력 강화도 대안

새로운 독립 기구를 만들지 않고 현재 국편 내에 관련 기능을 강화해 독립성을 높이자는 의견도 있다. 홍후조 고려대 교육학과 교수는 “‘맨큐의 경제학’이 권위 있는 교과서로 인정받는 이유는 시간이 흐르면서 수많은 개정판을 내기 때문”이라며 “국편 내부에서 정권과 정치적 영향을 받지 않는 인력을 확보해 일부 세력에 의해 좌지우지되지 않는 교과서를 만들고 또 꾸준히 고쳐 가야 좋은 교과서를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국편은 학계에서도 인정받는 우수한 전문가를 집필진에 포함시키기 위해 교과서 집필을 논문에 준하는 연구 업적에 포함시킬 수 있는 방안 등 다양한 인센티브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이념적 편향성을 해소하기 위해 좌파, 우파를 기계적으로 균형을 맞추는 것은 좋은 교과서를 만드는 데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정 역사적 사실에 대해 의견이 다른 전문가들이 모여서 며칠을 두고 토론을 한다고 해도 합의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 한 교수는 “서로 생각이 다른 사람을 모아 놓고 짧은 시간 안에 조율을 하라는 것은 어려운 얘기”라며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볼 수 있는 중립적 학자가 교과서를 쓰는 것이 좌우를 아우르는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유덕영 firedy@donga.com·임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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