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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국정화 확정]“검정 강화만으론 좌편향 역사 기술 바로잡는 데 한계”

입력 | 2015-10-13 03:00:00

당정, 국정교과서 강행 배경




국회 교문위 ‘현안보고’ 野 단독 진행 12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채 ‘반쪽회의’로 진행되고 있다. 교문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역사 교과서 국정화 등 교육부에 대한 현안 보고를 받으려 했지만 여야 간 의사일정에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야당은 이날 회의에 불참한 황우여 교육부총리를 집중 성토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역사 교과서 국정화 여부를 두고 정치권, 역사학계, 교육계 등에서 찬반이 격렬하게 엇갈렸지만 결국 답은 정해져 있었다. 정부는 예상대로 역사 교과서를 국정으로 바꾸겠다고 선언했다.

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반대하는 이들은 “검정 시스템을 강화하고, 수정 보완을 제대로 하면 된다”고 주장한다. 제도적으로 교과서를 잘 만들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 있는 만큼 무리하게 국정화를 할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하지만 정부의 생각은 다르다. 청와대는 편향적인 집필진이 사실을 왜곡하고, 정부의 수정 명령을 따르지 않아 혼란을 키운다고 보고 국정화를 밀어붙였다.

○ “검정 강화는 아니다”…청와대, 국정화 강행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현행 검정제 체제의 역사 교과서들이 우리 사회에서 지속적인 이념 논쟁과 편향성 논란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라고 보고 있다. 특히 교과서 집필진에 대해 따가운 시선을 보내고 있다.

교육부가 이날 내놓은 국정화 보도자료에는 “일부 집필진들은 학생들이 배우는 교과서에 편향된 시각을 담거나 특정 이념에 따라 객관적 사실을 과장 또는 왜곡하고 있다. 이 경우 여러 종의 교과서가 보급된다 하더라도 학생들은 편향된 시각에 따라 만들어진 한 개의 교과서만 배우게 되므로 다양성을 살리지 못한다”는 표현이 담겨 있다. 이것이 당정청이 현행 검정 체제의 역사 교과서 및 집필진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현재 시스템의 틀 안에서는 검정 체제를 아무리 강화해도 편향성을 바로잡기 힘들다고 판단한 것이 국정화 강행의 배경이다. 교육부가 편향적인 역사 교과서에 대해 수정 명령을 내려도 집필진이 이를 거부하고 소송을 반복하면서 혼란이 커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2013년 고교 한국사 8종 교과서의 오류 파동 당시 교육부가 내린 수정 명령에 대해 6종 교과서의 집필진 12명은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이 잇달아 “정부의 수정 명령이 적법하다”며 교육부의 손을 들어줬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이달 1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 소극적이던 황우여 장관, 결국 국정화 총대 메

지난주까지만 해도 교육부 안팎에서는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대신 김재춘 교육부 차관이 국정화 발표 브리핑을 맡을 것이라는 얘기가 돌았다. 내년 총선 출마를 염두에 둔 황 장관이 정치적 부담 때문에 전면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었다.

그러나 당정청은 사안의 무게를 감안할 때 주무부처 장관이 직접 브리핑에 나서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 황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국정화를 결정한 이유에 대해 “정부가 직접 역사적 사실에 대한 오류를 바로잡고 역사 교과서의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하고자 하는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불가피’라는 단어 선택에서 풍기는 수세적인 느낌처럼 황 장관은 한동안 국정화 강행을 좌고우면해 왔다. 지난달 초반 청와대가 국정화에 속도를 내라고 주문한 이후에도 황 장관은 한동안 국정화 대신 검정제를 강화하는 방안을 놓고 고심했다.

하지만 국정화에 대한 청와대와 새누리당의 요구가 워낙 강력한 탓에 황 장관은 결국 국정화 발표의 총대를 메게 됐다. 황 장관은 “출판사와 집필진이 만든 교과서의 잘못된 내용을 부분적으로 하나하나 고치는 방법으로는 도저히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강조했다. 정치권에서는 황 장관이 국정화 발표라는 큰 과제를 마치고 이제는 본격적으로 총선 출마를 준비하기 위해 퇴각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 꺼지지 않는 찬반 대립, 갈등 봉합이 난제

이날 교육부가 국정화 방안을 공식 발표하고, 교과용 도서에 관한 규정을 행정예고한 이후에도 찬반 대립은 가시지 않고 있다. 이 같은 갈등은 교과서 집필진을 모으고 세부 내용을 편찬하는 과정에서도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교육부의 국정화 발표에 대한 논평을 내고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는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것으로 우리 사회가 이룩해 온 민주주의의 가치와 부합하지 않고 자율성과 다원성의 가치에도 맞지 않는다”면서 “교육부는 한국사 교과서의 국정화 행정예고를 철회하고, 합리적인 절차를 거쳐 검인정 제도를 보완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한민국헌정회, 한국교육삼락회, 자율교육학부모연대 등으로 구성된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추진 교육시민연대’는 “한국사 교과서 발행체제 국정화를 놓고 그동안 찬성과 반대로 나뉘어 심각한 국론 분열이 있던 상황에서 교육부가 국정화 방침을 결정한 데 대해 적극 환영한다”면서 “좌파 진영은 교육부가 이념적으로 균형 잡힌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어 낼 수 있도록 적극 참여함으로써 사회 통합에 동참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 단일→통합→균형 거쳐 ‘올바른 교과서’로 ▼

국정교과서 명칭 우여곡절

교육부가 이날 발표한 국정 역사 교과서의 명칭은 ‘올바른 역사 교과서’다. 교육부는 ‘객관적 사실에 입각하고 헌법적 가치에 충실한, 균형 잡힌 올바른 역사관 확립을 위한 교과서’를 만든다는 취지로 약칭을 올바른 역사 교과서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새누리당과 교육부는 역사 교과서 국정화의 발표 시점을 저울질하면서 이달 초부터 새로운 이름 만들기에 고심해 왔다. 일선 현장에서 ‘국정’이라는 표현에 대한 반감이 크다는 판단에 따라 분위기를 환기할 용어가 필요했던 것이다.

네이밍을 주도한 새누리당은 처음에 ‘단일 교과서’라는 이름을 제시했다. 그러나 단일이라는 표현 역시 획일적인 이미지로 반감을 살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통합 교과서’라는 이름을 검토했다. 그러나 통합이라는 명칭은 교육부가 반대했다. 기존의 고교 한국사 8종 교과서를 통합하는 듯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교육부에서는 “기존 교과서를 합치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교과서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통합이라는 명칭은 적절치 않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이에 따라 새누리당과 교육부는 11일 오후 열린 당정협의회에서는 ‘균형 교과서’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균형이라는 표현이 좌우 진영을 지나치게 의식한 것처럼 비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옴에 따라 최종적으로 ‘올바른 교과서’라는 표현을 쓰기로 했다. 공식 발표 직전까지 우여곡절을 겪은 것이다. 그러나 이런 용어들은 모두 별칭일 뿐이다. 교과용 도서의 구분은 국정, 검정, 인정의 세 가지로만 나뉜다. 명칭을 무엇으로 하든 새로 바뀌는 역사 교과서의 본질은 국정 교과서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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