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중엔 자국 기업을 돕기 위해 국산품을 써야 한다는 사람도 있고, 자국산이든 외국산이든 자신이 좋아하는 걸 선택하겠다는 사람도 있다. 전자는 자국 중심주의, 후자는 소비자 세계주의라고 볼 수 있다.
최근 프랑스 IESEG대 연구진은 유럽에서 소비자 성향에 따른 자국산/외국산 제품 선호도를 조사했다. 조사 결과, 국가정체성이 강한 사람일수록 자국산 제품을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었다. 또 외국에 대한 거부감이 적은 사람일수록 외국산 제품을 높게 평가하고 구매 의도도 강했다. 여기까지는 예상 가능한 결과였다. 그런데 이 두 성향이 꼭 상반되는 것은 아니었다. 국가정체성, 즉 애국심이 강하면서도 외국산 물건에 대한 개방성도 높은 소비자들이 상당히 많았다.
연구진은 이렇게 이중적인 성향을 가진 사람들을 ‘애국적 세계주의자’라고 명명했다. 자국산 제품을 일단 지지하지만 외국산 제품에 대해서도 큰 거부감이 없는 사람들이다. 전체 조사대상 소비자 중 절반에 육박하는 약 45%가 이런 애국적 세계주의자였다. 15%는 국산에 대한 선호도가 전혀 없는 순수 세계주의자였고, 나머지 40%가 국산품을 철저히 선호하는 사람들이었다.
벨기에는 자국 치즈를 광고할 때 “벨기에 치즈는 계속 여러분을 놀라게 합니다”라는 문구와 함께 다양한 치즈 품종을 소개하는 전략을 택했고, 좋은 성과를 거뒀다. 애국심을 자극하는 동시에 제품 자체의 경쟁력도 강조한 것이다.
홍진환 수원대 경영학과 교수 jinhongs@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