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폴크스바겐의 디젤차량 배기가스 저감장치 조작 파문으로 전기차 부품을 생산하는 회사들의 주가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국내 증시에서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전기차 시대가 본격 열릴 것이라는 기대감과 아직 성과를 낙관하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이 엇갈리고 있다.
5일 유가증권시장에 따르면 폴크스바겐 사태가 처음 알려진 지난달 21일부터 전기자동차용 베터리를 생산하는 LG화학과 삼성SDI 주가는 각각 12.5%, 9.1% 올랐다. 같은 기간 코스닥 시장에서는 전기차 부품 생산업체인 상아프론테크(23.0%), 피엔티(16.4%), 에코프로(25.0%) 등의 주가도 상승했다. 최원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폴크스바겐 사태 이후 전기차 테마주에 대한 투자자 문의도 많고 거래량도 꾸준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융투자업계는 전기차가 제약 및 바이오에 이어 주식시장을 주도하는 ‘메가 트렌드’가 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전기차의 미래를 낙관하는 전문가들은 “향후 환경오염 규제가 더 까다로워질 가능성이 높으며 이를 만족시킬 대안은 전기차”라고 주장하고 있다. 채희근 현대증권 수석연구원은 “현재의 자동차 기술로는 환경과 연비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게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이 폴크스바겐 사건으로 드러났다”며 “친환경 기술에 가장 근접한 전기차 중심으로 자동차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테마에 휩쓸려 무분별한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채 연구원은 “전기차 관련주로 꼽히는 업체 중 실제 전기차 관련 사업 비중이 높은 회사는 많지 않다”며 “폴크스바겐 조사 결과가 나오고 전기차 제조업체의 움직임을 확인한 뒤 투자해도 늦지 않다”고 말했다.
이건혁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