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성지순례 압사사고] 저유가-예멘사태-크레인 참사… 1월 즉위 살만 국왕 리더십 시험대
올해 1월 즉위한 살만 빈 압둘아지즈 알 사우드 국왕은 친미 색채를 덜어내고 자체 리더십을 강화하는 쪽으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우선 즉위 2개월 만에 남쪽 국경을 접한 예멘 내전에 군사 개입을 단행했다. 하지만 6개월이 넘도록 성과가 나타나지 않자 내부에선 ‘중동판 베트남전’에 빠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년 넘게 이어지는 저유가로 사우디 국가경제도 침체를 겪고 있다. 경제 대부분을 유가에 의존하는 탓에 올해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11.93%로 떨어졌다. 7400억 달러였던 외환보유액은 9개월 만에 10%나 감소했고, 셰일가스와 경쟁이 심화되면서 지난달에는 8년 만에 40억 달러 규모의 국채를 발행했다. 핵협상 타결로 영향력이 확대될 시아파 맹주 이란도 사우디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11일 대형 크레인 참사에 이어 성지순례 대형 참사가 터지자 일각에서는 “사우디 정부가 종교 본연의 의미를 잊고 개발 욕구를 앞세워 인재가 발생했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미 뉴욕타임스는 24일 “각종 악재가 겹쳐 순례객과 사우디 민심이 동요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