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
대학에서 총장의 권한은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다. 국공립대의 인사권은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사립대는 이사회가 갖고 있다. 게다가 대학은 기본적으로 수평조직이기 때문에 총장의 권한은 매우 제한적이다. 하지만 총장이 어떤 교육철학과 비전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한 대학의 흥망성쇠가 결정될 수도 있다. 자질이 부족한 총장은 대학의 미래를 파괴할 수도 있다. 총장 선출은 대학의 중차대한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총장을 교수들이 선출하는 소위 직선제는 2차 세계대전 후 서독에서 짧게 실시된 적이 있다. 당시 나치의 학정으로 피폐될 대로 피폐된 대학을 정상화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다. 그러나 그 후 서독 사회가 빠르게 안정되면서 이 제도는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현재 선진국에서는 총장 직선제를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우리나라도 군사독재가 붕괴되면서 독재의 잔재를 청소하고 대학의 위상을 높이겠다며 앞다퉈 총장 직선제를 도입했다.
선거가 아니라도 대학 구성원들의 의견을 수렴할 방법은 많다. 이제 우리도 인사위원회나 이사회를 통해 총장을 선출하는 제도를 정착시켜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교육부가 사립대는 물론 국공립대의 총장 인선에 관여하는 관행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 사립대의 경우는 제왕적인 재단이사장의 전횡을 발본색원해야 한다. 정부나 재단 소유주의 압력을 배제하고, 총장 후보를 물색하고 추천하는 과정을 민주적이고 투명하게 운영한다면 교수들이 굳이 직선제를 하자고 목소리를 높일 이유가 없다.
이성호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