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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권익위원장 “김영란법 적용대상서 농수산품 제외 어렵다”

입력 | 2015-09-19 03:00:00

[2015 국정감사/정치]
국민권익위원장 국감 답변
의원들 “농어민 피해 없게 해달라”… 식비 등 허용액수 현실화 주문도




“현실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18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선 내년 9월 이후부터 300만 명 이상에게 영향을 미칠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령을 두고 이 같은 지적이 나왔다.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 김영란법 시행령은 지역경제의 생사가 달려 있는 사안인 만큼 초미의 관심사다. 3월 김영란법이 제정된 뒤 국회에서 공식적으로 시행령이 논의된 건 이날이 처음이다.

김영란법은 공직자가 직무와 관련된 금품을 받는 것을 금지하면서 구체적인 기준이나 예외사항은 시행령이 정하도록 규정한다. 이 때문에 국민권익위원회의 시행령 입법예고를 앞두고 농어촌 국회의원들과 농민단체 등은 “김영란법으로 옥죄면 농어촌 농가들은 다 죽는다”며 반발하고 있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도 시행령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들이 쏟아졌다.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명절엔 농민들이 수확한 과일이나 채소를 선물로 주는 게 미풍양속”이라며 “농어민이나 소상공인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시행령을 다듬어달라”고 주문했다.

반면 새정치민주연합 민병두 의원은 “명절 선물이나 굴비, 횡성 한우 등만 예외로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가액을 현실화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예컨대 허용 범위를 식사 대접은 5만 원, 경조사비는 10만 원 등으로 너무 엄격하게 제한하면 실제로 지키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같은 당 김기식 의원도 “워낙 엄청난 변화를 만드는 법이기 때문에 무엇이 불법인지 알 수 있는 ‘계도 기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성보 권익위원장은 농축수산품만 금품수수 금지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은 법의 원래 취지를 훼손하는 것이라며 반대했다. 전통시장 소상공인, 중소기업 등이 형평성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 위원장은 “법의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구성한 뒤 전국 순회 간담회에서 각계의 의견을 듣고 시행령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새정치연합 김영환 의원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농축수산물을 김영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겠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형평성에 문제가 있어 금품 액수의 상한을 높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이 위원장은 “액수를 높이는 것은 생각할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답변했다.

야당 의원들은 김영란법의 또 다른 축인 ‘부정청탁 금지’와 관련해 최 부총리의 인사청탁 의혹을 집중 추궁했다. 새정치연합 강기정 의원은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이런 (최 부총리의) 청탁이 처벌을 받느냐”고 묻자 이 위원장은 “내용에 따라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답했다.

김기식 의원은 김영란법과 별도로 국회의원윤리실천규범에 의해 권익위가 최 부총리의 의혹을 조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 위원장이 “일이 벌어질 때마다 항상 권익위가 개입할 수는 없다”며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김 의원은 “그럼 제가 신고해드려요”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