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유전자/데이비드 엡스타인 지음/이한음 옮김/496쪽·2만2000원·열린책들 스포츠 스타를 만드는 유전자의 힘
마이클 조던, 김연아 등 끊임없는 노력으로 최고가 된 스포츠 스타들. 저자는 “우수한 재능을 타고난 사람들을 한정한 후 이들이 성공한 이유를 노력 덕분이라고 결론짓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유전적 재능이 우선시 되어야하고 노력은 그 다음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이런 학부모라면 이 책의 일독을 권한다. 타고난 재능, 즉 ‘스포츠 유전자’가 정말로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그 실체는 무엇인지에 대한 연구가 담겨 있다. 타이거 우즈, 우사인 볼트 등 스포츠 스타들의 사례를 토대로 이야기를 전개해 스포츠 영화를 보는 듯 페이지가 술술 넘어간다.
미국 스포츠 일러스트레이티드지 선임기고가인 저자는 우선 기존 스포츠 과학 이론에 의문을 제기한다. 여기 배리 본즈, 앨버트 푸홀스 등 메이저리그의 강타자를 ‘3구 3진’으로 처리한 여성이 있다. 여자 소프트볼 투수 제니 핀치다. 그녀의 최대 구속은 114km. 그럼에도 강타자들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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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강타자들은 수많은 정보 속에서 패턴을 묶어내는 정보의 ‘덩이짓기(chunking)’ 능력이 뛰어났다. 여러 경기 상황을 겪으며 누적된 경험치로 예측력이 발달하면서 강타자가 되는 것이다. 반면 낯선 소프트볼은 예측할 수 없었기 때문에 속수무책이었다. 스포츠 유전자보다는 경험을 쌓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는 주장 같다.
하지만 저자는 ‘덩이짓기 능력 자체가 재능’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면서 ‘오랜 시간 노력하면 누구나 능력자가 된다’는 이른바 ‘1만 시간의 법칙’을 비판한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높이뛰기 금메달리스트인 스테판 홀름은 작은 키를 극복하기 위해 2만 시간을 훈련해 아킬레스건 밀도를 4배나 높였다. 하지만 2007년 세계육상대회에서 만난 바하마 출신의 도널드 토머스에게 패한다. 그는 높이뛰기를 시작한 지 8개월밖에 안 된 초보였지만 아킬레스건은 32cm가 넘어 더 많은 탄성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었다.
내 아이의 체형도 꼼꼼히 보자. 표준적 체형이 모든 스포츠에 가장 적합하다고 보던 이론은 특정 종목에 맞는 체형을 중시하는 ‘체형의 빅뱅’ 이론으로 대체됐다. 30년간 엘리트 여자 체조 선수들의 키는 평균 160cm에서 140cm로 줄었다. 미국프로농구(NBA) 선수 10명 중 1명은 키가 213cm에 이를 정도로 거대해졌다.
그렇다고 ‘노력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는 건 아니다. ‘하드웨어(재능)가 좋으면 스포츠 소프트웨어(노력)를 더 빨리 내려받는다’는 것이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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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일찍 특정 스포츠에만 집중하면 어느 순간 조기 훈련을 통해 몸에 깊이 밴 특정한 움직임에 갇히는 정체 현상을 겪는다. 적정 나이가 되기 전까지는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하면서 신체와 성격에 적합한 종목을 찾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이 있다’며 저자는 마지막 문장을 이렇게 적었다. “즐겁게 운동하시라!”
:: 함께 읽을 책 ::
‘스포츠 유전자’가 재능에 무게를 뒀다면 ‘아웃라이어’(맬컴 글래드웰 지음·김영사)는 1만 시간 이상의 꾸준한 연습이 비틀스, 빌 게이츠 등 수많은 천재를 만들어 왔다고 역설한다. ‘나를 버리다’(박지성 지음·중앙북스)는 치명적인 평발, 왜소한 체격을 지닌 박지성이 어떻게 부족한 재능을 극복해 왔는지를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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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