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창극단 신작 ‘적벽가’ 무대 중앙에는 부챗살 모양의 세트가 무대를 꽉 채우는 효과를 낸다. 국립극장 제공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의 가로가 21.6m. 세로에 비해 가로 폭이 워낙 넓어 아무리 무대를 채워도 휑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하지만 이소영 연출은 무대의 단점을 장점으로 극복했다. 부챗살 모양의 세트를 펼치거나 겹쳐서 활용하는 방식으로 넓은 가로 무대를 가득 채웠다. 이 세트는 각 영웅들과 민초들의 주요 동선이 됐다가 조자룡과 제갈공명을 쫓는 주유 군대의 배로 사용되는 등 다채로운 쓰임새를 선보였다. 무대 배경은 수묵화가 파노라마 영상으로 펼쳐지며 무대의 깊이를 더했다. 또 창극단 단원들의 동선을 입체적으로 배치해 조조 100만 대군의 장엄함을 잘 살렸다.
송순섭 명창(79)의 도창도 작품의 품격을 올리는 데 일조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적벽가 예능보유자인 그는 갓을 쓰고 두루마기를 입은 소리꾼의 모습으로 무대에 올랐다. 그가 판소리 적벽가 중 ‘조자룡 탄궁’ ‘적벽대전’ ‘새타령’ 대목을 특유의 탁음으로 구성지게 부르자 객석에서도 ‘얼씨구’ ‘좋다’ 등의 추임새가 쏟아졌다. 특히 장면 전환이나 이야기 정리가 필요한 대목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그의 소리는 관객이 작품에 더욱 몰입할 수 있게 만들었다. 국립창극단의 ‘젊은 피’ 김준수는 절도 있는 연기로 제갈공명의 카리스마를 표현했고, 조조 역의 이광복은 익살스러운 연기로 2막 초반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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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2만∼7만 원. 02-2280-4114
김정은 기자 kimj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