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혁은 올해 5월 한화에서 KIA로 트레이드되면서 고교 시절 은사이기도 한 이정훈 한화 퓨처스 감독 앞에서 눈물을 흘렸다. KIA 외야의 새로운 옵션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오준혁이 15일 광주 한화전 3회말 1사 1루서 우전안타를 치고 있다. 광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정훈 감독과 천안북일고·한화서 인연
눈물의 트레이드…KIA 외야 히든카드로
선수들에게 가장 닮고 싶은 선수를 물으면 열에 아홉은 소속팀 감독이나 코치, 아니면 선배들을 댄다. 그 정도 ‘눈치’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KIA 외야수 오준혁(23)은 “한화 이정훈 2군 감독처럼 되고 싶다”고 망설임 없이 답한다. 물론 KIA라는 팀에 온 것을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진심을 담아 “KIA 김기태 감독님께 보답하고 싶다. 선배님들이 1군에서 뛰는 것만 봐도 배울 게 너무 많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아직도 오준혁이 이 감독을 가장 먼저 떠올리는 이유는 그의 야구인생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은인이기 때문이다.
● 잊지 못할 5월 6일의 ‘눈물’
한화를 떠난 지금도 이 감독은 오준혁에게 가끔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는다. 현역 시절 ‘악바리’라는 애칭으로 통했던 이 감독은 고향팀 삼성에서 지명 받지 못한 한(恨)을 품고 뛰었다. 그렇게 빙그레에서 타격의 달인이 됐다. 묘하게도 애제자 오준혁도 가장 입고 싶었던 한화 유니폼을 타의로 벗어야 했다. 외야수라는 포지션, 빠른 발까지 이 감독을 닮았다. 방망이가 아직 못 미치지만, 오준혁은 “원래 수비보다 방망이가 더 자신이 있었다”고 말한다.
● KIA 외야의 히든카드로!
2011년 한화 입단 이후 2년간 1군 12경기에서 2안타 2타점을 올린 것이 전부였다. 그러나 2013년 경찰청에서 병역 의무를 일찌감치 마쳤다. 이후 2015년 김기태 감독 눈에 들었다. KIA에서 데뷔 첫 홈런(9월 5일 대구 삼성전)을 시작으로 9월 9일 NC전(2안타)과 12일 LG전(3안타)에선 멀티히트를 작성해 가능성을 입증하기 시작했다. KIA 외야에 새로운 옵션이 장착된 것이다. 오준혁은 “KIA에 와서 ‘못 쳐도 좋으니 자신 있게 하라’는 조언을 가장 많이 듣는다. 올 시즌 1군에서 이렇게 오래 뛰어본 경험만으로도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밝혔다.
광주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