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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 경매’ 완판

입력 | 2015-09-15 03:00:00

정약용 하피첩 7억5000만원… 월인석보 등 18점 모두 낙찰




14일 서울옥션 보물 고서 경매에서 최고가인 7억5000만원에 낙찰된 다산 정약용의 ‘하피첩’. 서울옥션 제공

“미술품 경매를 시작하고 20여 년 동안 두 번째로 경험하는 100% 낙찰이다. 첫 번째 ‘완판’은 지난해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납 추징금 환수를 위한 미술품 경매 때였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옥션스페이스 지하 1층에서 열린 고서(古書) 경매가 끝난 후 최윤석 서울옥션 이사가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이번 경매에는 2011년 파산한 부산저축은행으로부터 검찰이 받아 예금보험공사가 보관해온 보물 18점이 한꺼번에 매물로 나와 일찍부터 화제를 모았다. 최 이사는 “고서 91점이 모두 낙찰됐으며 판매 총액은 42억3100만 원(수수료 12% 제외)에 이른다. 사회적 이슈로 알려지면서 예상보다 치열한 경합이 벌어졌다”고 했다.

28번째 매물로 나온 하피첩(霞피帖)의 주인이 7억5000만 원을 부른 전화응찰자 7번으로 결정되자 장내에 박수가 터졌다. 2억5000만 원부터 시작해 예상 낙찰금액 5억5000만 원을 순식간에 넘기더니 7억 원에서 한숨을 고른 뒤 그보다 5000만 원 위에서 멈췄다.

조선 순조 때인 1810년 다산 정약용이 전남 강진 유배지에서 쓴 이 책은 보물 제1683-2호다. 부인 홍 씨가 시집올 때 입고 온 하피(노을빛 치마)를 유배지로 보내오자 이것을 재단해 서첩(書帖·조각글을 모아 만든 책) 재료로 썼다. 첫머리에 다음과 같은 내용의 시를 적었다. “병든 아내 낡은 치마로 천 리 만 길 애틋한 마음 부쳤네. 오랜 세월에 붉은 빛 바래니 늘그막에 서글픈 생각뿐이네. 마름질해 작은 서첩 만들어 자식들 일깨우는 글귀 써보네.”

보물 제745-3호인 월인석보(月印釋譜) 2권 2책 권9, 권10은 7억3000만 원에 낙찰됐다. 아울러 관심을 끈 경국대전 권3(보물 제1521호) 낙찰가는 2억8000만 원이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