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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의 행복한 100세]創職의 시대

입력 | 2015-09-08 03:00:00


중장년 일자리 희망센터를 찾은 은퇴자들이 재취업 및 창업 관련 교육을 받고 있다. 동아일보DB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연금포럼 대표

최근 들어 ‘창직’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기존에 없던 직업이나 직종을 새롭게 만들어 내거나 재설계해 새로운 개념의 직업, 직종으로 만들어 낸다’는 뜻으로 쓰이는 것 같다. ‘창직전문가’라는 명함을 갖고 일하는 분들도 자주 본다. 창직연구소, 창직교육원, 창직협회, 창직전문가 과정 같은 관련 단체 설립도 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도 2015년 예산안 연설에서 ‘창직을 통해 미래 성장동력과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면서 창직 지원사업 강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 새로운 개념의 직업-직장 만들기

대졸자 절반 가까이가 취업을 못할 정도로 취업환경이 어렵다. 또 취업한다 해도 예전처럼 종신고용이 보장되지 않는다. 신동균 경희대 교수에 따르면 남자가 주 직장에서 45세까지 근무할 확률이 1950년 이전 출생자만 해도 70∼80% 수준이었던 것이 1960년 이후 출생자는 20%대로 낮아졌다. 평균 5, 6회는 전직해야 60세까지 직장생활을 할 수 있다. 창업을 생각해보지만 그 환경은 더 험난하다. 창업했다가 5년 이내에 폐업할 확률이 75%에 이른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창업생존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 국가 중에서 가장 낮다. 이런 시대에 새로운 일,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만들어 취업하거나 창업할 수 있다면 자신이나 사회를 위해 더이상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퇴직 후 일자리 찾기에 큰 도움

저출산, 고령화, 여성 경제활동인구 증가, 인터넷 등 첨단 과학기술의 발전, 교육·판매·의료 등 서로 다른 산업들의 융합화 추세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 창직의 대상이 될 직업, 직종 또한 다양해질 것이다. 2014년 한국직업사전에 오른 우리나라 직업 수는 총 1만1440개였으나 일본은 2만5000개, 미국은 3만654개인 것을 봐도 그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다.

100세 시대에 퇴직 후 일을 찾는 데에도 창직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창직 전문가인 정은상 맥아더스쿨 교장은 몇 년 전부터 스마트 기기와 페이스북 등을 활용해 은퇴자들의 창직을 지원하고 있다. 그동안 만들어 낸 직업만 해도 퍼스널브랜드 코칭을 통해 베이비부머들의 인생 이모작을 안내하는 자신의 일을 포함해 아이패드 화가, 아이패드 닥터, 포토북 전문가, 여가생활 코치, 모바일 쿠킹스쿨, 토론학교 등 8개나 된다고 한다.

필자 또한 40년 넘게 금융·투자업계에서 일하는 동안 몇 번의 창직 경험을 했다. 물론 당시에는 의식하면서 한 일이 아니지만 지나고 나서 생각해 보니 이런 게 창직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첫 경험은 국내 증시가 외국인투자가에게 개방되기 전 해인 1991년의 일이다. 당시 국제 업무를 하던 필자에게 국내 한 잡지사가 해외 전문가의 원고를 받아달라고 요청했다. 일본의 자산운용사 전문가에게 부탁해 원고를 받아 번역을 하다가 원고에서 IR(Investor Relations·상장회사 재무홍보)에 관한 내용을 봤다. IR의 의미와 중요성을 처음 알게 된 순간이다. 즉시 그 전문가를 초청해 국내 최초로 IR 세미나를 열었다. 덕분에 그 후 몇 년 동안 IR 전문가라는 말을 듣게 된다. 필자의 권유를 받은 동료 한 사람은 IR 지원 전문회사를 세웠다. IR 전문가로 유력한 상장회사에 스카우트된 동료도 있다. 이제 IR 전문가는 새 직업의 하나로 정착했다.

또 하나는 2000년대 초 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를 할 때 일이다. 펀드비즈니스가 성공하려면 투자자들에게 장기·분산투자의 원칙을 인식시키는 일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부터 CEO 업무 중 상당 부분을 투자교육 활동에 할애했다. CEO 임기가 끝난 후에는 한 금융투자회사에 투자교육연구소 설립을 제안했고 이 제안이 수용돼 10년 가까이 투자교육연구소장으로 일했다. 베이비부머의 은퇴 문제가 대두되기 시작한 2000년대 중반부터는 여기에 노후설계 교육이 추가돼 지금은 투자교육, 은퇴교육 모두 새 직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 끊임없이 시대변화 읽고 업무 개선 노력


물론 ‘창직’이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필자의 경험 또한 우연의 결과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끊임없이 시대의 변화를 읽고 새로운 일을 만들거나 개선하려고 노력해 나간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창직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 새로운 일을 통해 기존 직장에서보다 유리한 위치에 설 수도 있고 타사로 스카우트돼 갈 수도 있다. 또 정년퇴직 후에는 재취업이나 프리랜서 또는 창업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연금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