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 직업’ 라디오 DJ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지만 라디오에는 10년 이상 진행한 장수 DJ가 유독 많다.
현재 최장수 DJ는 MBC 라디오에서 ‘강석, 김혜영의 싱글벙글 쇼’를 진행하는 강석과 김혜영이다. 1987년 시작해 무려 29년째다. 2위는 배철수. 10년 이상 진행한 DJ만도 최유라 최화정 황정민 등 여럿이다.(표 참조)
라디오 프로에 장수 DJ가 많은 이유로 진행자들은 청취자와 소통하는 재미를 꼽는다. MBC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를 14년째 진행해온 최양락은 “대부분 생방송인 라디오 프로는 반응을 즉각 알 수 있어 청취자와 소통한다는 느낌이 강하다”며 “아프리카 남아공에서 ‘잘 듣고 있다’는 반응이 왔을 때의 쾌감을 잊을 수 없다”고 말했다.
라디오 매체 자체의 특성을 꼽는 사람들도 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진행자의 얼굴, 머리 스타일, 패션 등 시각적 요소에 민감한 TV 프로와 달리 목소리만 담아내는 라디오 프로는 유행에 덜 민감하다”고 말했다. ‘여성시대…’의 서미란 PD는 “DJ로 적응해 자리 잡게 되면 오래가는 경향이 있다”며 “8년간 진행하다 물러난 강석우 대신 40대의 ‘젊은’ 서경석을 섭외한 것도 일단 맡으면 오래 하는 라디오 DJ의 특성 때문”이라고 말했다.
숭실대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는 “소리는 듣는 사람마다 다른 ‘연상 작용’을 일으킨다”고 말했다. ‘엄마가 싸준 도시락’이라는 단어를 DJ가 목소리로 전달하면 청취자는 각자 자신의 엄마가 싸준 도시락의 추억을 연상한다는 것이다. 배 교수는 “진행자의 목소리는 똑같지만 그날 사연이나 듣는 사람의 기분에 따라 다른 연상을 하기 때문에 새롭게 느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김배중 기자 wante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