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寶庫 ‘호남의 DMZ’… 고창 운곡 람사르습지
‘남한의 DMZ’로 불리는 전북 고창 운곡 람사르습지를 찾은 학생들이 탐방로를 걸으며 자연환경해설사로부터 습지에서 자라는 동식물에 관해 설명을 듣고 있다. 고창군 제공
고창 운곡 람사르습지는 사람의 발길이 끊겨 스스로 자연을 회복한 곳이다. 30년 넘게 인간의 간섭 없이 자연적으로 생태계가 복원된 동식물의 천국이다. 864종의 동식물이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이면서도 자연스럽게 어우러져 살아가는 생물 다양성의 보고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군 전체 지역이 유네스코 생물권 보전지역으로 등재된 청정 고창에서도 마지막으로 남겨진 ‘숨은 보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 때문에 2011년 람사르습지와 국가습지보호구역으로 지정된 운곡습지는 ‘남한의 DMZ(비무장지대)’로도 불린다.
○ 스스로 회복한 생태계의 보고
당초 이곳은 1980년 정부가 인근에 영광원자력발전소를 만들면서 냉각수를 공급하기 위해 주변 9개 마을 주민들을 이주시키고 만든 저수지였다. 원전 용수 공급을 위해 농경지 경작을 금지해 30여 년 동안 사람들의 발길이 끊겼다. 사람이 사라지자 운곡습지는 생태계 회복 과정을 거쳐 원시습지가 됐고 생태적 연구 가치와 보전 필요성이 대두돼 2011년에 람사르습지로 지정됐다. 운곡습지는 우수한 생물다양성과 경관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폐농지(묵정논) 복원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 생태관광 성공모델로
4km 남짓한 탐방로 중간쯤에는 무게가 300t이나 되는 동양에서 가장 큰 고인돌도 있다. 저수지 수면 아래 마을 터에도 수많은 고인돌이 수몰돼 있다. 고개 너머에는 고창고인돌박물관이 자리하고 있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고창 고인돌은 1655기가 밀집해 있고 탁자식 바둑판식 등 다양한 형태의 고인돌이 한곳에 모여 있다.
전북도와 고창군은 2024년까지 73억 원을 들여 마을에 숙박시설인 에코촌을 건립하고 자생식물원 나비곤충원을 만들어 생태자연학습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은희태 자연환경해설사(61)는 “운곡습지는 인간이 건드리지 않으면 자연은 저절로 건강성을 되찾는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보여주는 현장”이라며 “인공물을 최소화하고 원형을 훼손하지 않도록 개발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고창=김광오 기자 ko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