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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위기에 성난 민심… 정권퇴진 요구로 번져

입력 | 2015-09-01 03:00:00

지구촌 곳곳 反정부시위 확산
수뢰의혹 말레이 총리 사퇴 촉구
브라질 “호세프 탄핵” 66% 찬성… 레바논, 쓰레기대란이 시위로 격화




지구촌 곳곳에 정권 퇴진 목소리가 거세게 일고 있다. 세계 경제 위기로 각국의 경제 상황이 악화되는 가운데 부패하고 무능한 정부에 대한 염증이 동시다발적으로 표출되고 있는 것이다.

8월 29일과 30일 말레이시아 수도 쿠알라룸푸르를 포함한 전국 주요 대도시에서는 비자금 추문과 관련해 나집 라작 총리의 사퇴를 요구하는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시위를 주도한 80여 개 시민사회단체 연합체인 ‘베르시 2.0’은 첫날 시위 참가자를 약 20만 명(경찰 추산 2만9000여 명)으로 추정했다.

이번 사태는 7월초 검찰과 중앙은행, 반부패위원회가 국영투자기금 1MDB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1MDB와 연관된 중동 국부펀드를 통해 나집 총리 계좌에 26억 링깃(약 7300억 원)이 입금된 정황이 포착되면서 불거졌다. 나집 총리는 “개인 용도로 어떤 자금도 받지 않았다”며 버티고 있지만 시위대의 총리 퇴진 요구는 거세지고 있다.

브라질에선 7일 독립기념일에 맞춰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의 탄핵을 요구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예고됐다. 그 핵심은 역시 지난해 터진 국영에너지 기업 페트로브라스의 비리 스캔들이다. 페트로브라스가 이권사업을 따내기 위해 정관계에 광범위한 불법 로비를 저질렀음이 밝혀지면서 그 불똥이 호세프 대통령에게로 튄 것이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호세프 대통령 정부의 국정 운영에 대한 평가는 부정이 71%로 긍정(8%)을 압도했다. 대통령 탄핵에는 66%가 찬성했고 반대는 28%에 불과했다.

이런 정치 위기의 원인을 경제 위기에서 찾는 시각이 많다. 말레이시아는 올해 2분기 성장률이 2년 만에 최저치인 4.9%로 내려앉은 데다 최근 링깃화 가치가 외환위기 수준으로 추락했다. 브라질 역시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4%로 추락한 데 이어 올해는 마이너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실업률은 2분기에 8.3%로 201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헤알화 가치도 지난주 12년 만에 최저치로 급락했다. 이 때문에 경제적 불만에서 촉발된 정권교체 요구가 멕시코, 러시아, 중국 같은 권위주의 신흥산업국으로 번질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동에선 서민들의 기초적 생활고도 해결하지 못하는 무능한 정권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커지고 있다. ‘재스민 혁명 2.0’의 전초전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에선 지난달 29일 최대 5만 명 규모의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 정부가 쓰레기를 제대로 치우지 않고 방치해 도심 곳곳에 쓰레기가 10여 m 높이로 쌓이자 해결을 요구하며 시작된 생활시위가 반정부 시위로 격화된 것이다. 7월부터 시작된 시위가 8월 22일 경찰과 무력충돌로 이어지면서 격화되자 재스민 혁명 때 나왔던 “민중은 정권의 퇴진을 원한다”는 구호까지 등장했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