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일본도 인정한 기계기술로 해외공략 박차 매출 10% 연구개발 투자… 정밀 연삭기 수입대체 이뤄내
대전 유성구에 있는 ㈜금호엔티시(위 사진). ㈜금호엔티시 앵귤러 연삭기
정병용 대표
글로벌업체도 반한 연삭기술…“세계 최고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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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유성구에 있는 ㈜금호엔티시 정병용 대표는 기술 예찬론자다. 기계 전문가의 꿈을 갖고 30년 가까이 초정밀 연삭설비 및 자동차 엔진밸브 가공설비 분야의 한 길을 걸어왔다. 금호엔티시는 산업의 근간인 기계를 만드는 직원 수 45명의 지역 중소기업이다. 금속물질을 가공하는 정밀 연삭기가 대표적인 생산품이다.
CNC 정밀 연삭기는 전자제품과 자동차부품 및 반도체부품 등을 정교하게 연삭·가공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중요 설비다. 하지만 대다수의 정밀부품 가공용 CNC 정밀 연삭기는 현재 일본이나 독일, 스위스 등지에서 수입해 사용하고 있는 실정. 금호엔티시는 국내에서 유일하게 모든 종류의 CNC 정밀 연삭기를 자체 설계 제작하며 수입 대체에 한몫하고 있다.
금호엔티시는 2005년 6월 창립 이래 센터리스 연삭기, 자동차 엔진밸브 가공설비를 비롯한 초정밀 연삭기 제품 개발에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 결과, 국내외의 자동차 엔진밸브 생산업체에 품질 및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설비를 공급하고 있으며 미국에 본사를 둔 세계적 자동차부품 공급업체 FM 파워트레인에서는, 금호엔티시를 향후 5년간 전 세계에 있는 FM 지사 공장을 위한 정밀 밸브 제조용 연삭 설비 공급업체로 선정할 만큼,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다.
금호엔티시는 연삭기 제작기술을 고도화해 오차범위를 수입 제품과 동등한 1∼2μm까지 낮췄다. 그 결과 기계 산업의 뿌리인 독일과 일본에까지 역수출하고 있다. 매출의 상당 부분을 기계부품 선진국인 독일과 일본 수출로 거둔다는 점에서 금호엔티시의 기술 수준을 짐작할 수 있다. 미국의 FM, EATON 등 세계적인 자동차 엔진밸브 가공업체도 금호엔티시의 연삭기를 쓴다. 최근에는 미국 FM이 TRW 엔진컴포넌트 인수 절차를 마치면서 금호엔티시의 글로벌 경영에도 힘이 실렸다. 금호엔티시는 이번 인수합병에 따라 수출 국가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히 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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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엔티시 내경 연삭기
금호엔티시는 최근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공격적인 사업 다각화를 통해 향후 가공설비에서만 최고가 아닌 자동차부품 시장의 최고로 거듭나겠다는 각오다. 연삭기를 제조해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연삭기 품질을 고도화해 각종 자동차용 정밀 부품을 생산하는 업체로 도약할 준비를 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공장 안에 별도의 부품 제조용 설비 라인을 구축한다는 구상이다. 낙후된 자동차부품 시장에서 월등한 노하우를 이식해 또 한 번 재도약의 축포를 쏘아 올리겠다는 의지다.
정 대표가 회사 성장의 원동력으로 강조하는 것은 세 가지다. 현장에서 갈고닦아온 숙련기술, 설계부터 제작까지 모든 작업이 공장 안에서 이뤄지는 원스톱 시스템, 그리고 사람 중심의 경영이다. 또 “열린 마음으로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주인의식을 갖도록 해 이직률을 크게 낮춘 것도 지속 성장의 한 비결인 것 같다”고 그는 귀띔했다. 정 대표는 실패와 도전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기술이야말로 세계 최고가 될 수 있는 정직한 길’이라는 신념을 가지게 됐다. 매출의 10%를 기술 개발에 아낌없이 투자하는 것도 이런 신념을 뒷받침한다.
1987년 금호특수기계를 창업한 이후 줄곧 최고경영자(CEO)로 살았던 정 대표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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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대표는 구성원들에게 “자기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해 품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자”는 말을 거듭 당부한다. 그는 “직원들에게 기술력으로 국가를 지켜야한다, 수입을 최대한 막고 수출을 해야 한다, 그리고 세계 최고가 되자는 희망을 늘 말한다”고 했다. 장수하는 글로벌기업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힌 정 대표는 2세 경영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그의 둘째 아들이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부의 대물림이 아닌 사회적 책임과 기술의 대물림이다. 시대를 앞서는 새로운 기술진보와 사회적 책임에 바탕을 둔 세대교체가 앞으로 금호엔티시에 어떤 생명력을 불어넣을지 기대된다.
최윤호 기자 ukno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