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위한 적당한 타협 용납안해
사흘간 피 말리는 남북 고위급 접촉을 지켜보며 박근혜 대통령이 그동안 보인 협상 방식을 떠올리는 이들이 적지 않다. 박 대통령은 결정적인 순간마다 상대와 적당히 이익을 주고받기보다 ‘모 아니면 도’ 식의 원칙론을 택했다. ‘치킨게임의 고수’인 셈이다.
북한은 2013년 4월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여 만에 개성공단의 출입을 제한하며 긴장감을 높였다. 박 대통령에 대한 일종의 ‘탐색전’에 나선 것이다. 그해 6월 어렵게 남북 당국회담이 성사됐으나 북한이 수석대표의 격(格) 문제를 제기하자 박 대통령은 바로 회담을 걷어찼다. 당시 박 대통령은 “북한이 유엔이나 미국하고 회담할 때도 이런 식으로 하겠느냐”며 북한에 끌려가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일격을 당한 북한은 두 달 뒤 사실상 꼬리를 내렸다. 우리 측은 7차까지 가는 실무회담을 통해 북한에서 ‘어떤 경우에도 정세의 영향을 받지 않고 개성공단의 정상적 운영을 보장한다’는 합의문을 이끌어 냈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의 ‘원칙’이 승리했다고 자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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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통령은 한나라당 대표 시절 당시 여당인 열린우리당이 추진한 이른바 ‘4대 개혁입법’ 협상 과정에서도 특유의 일관성을 보여줬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영선 의원은 ‘누가 지도자인가’라는 책에서 “(박 대통령은 여야 당대표와 원내대표 간 4자 회담 당시) 3시간 동안 ‘국가보안법이 없어지면 휴전선을 지키는 군인들은 어떻게 하느냐’ 등 3개 문장만 반복했다”며 “실로 대단하다고 할 수밖에 없는 일관성이었다”고 적었다.
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