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증시의 ‘날개 없는 추락’이 계속되는 가운데 주가연계증권(ELS), 펀드 등 국내 금융투자 상품들의 중국 시장 의존도가 높아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중위험·중수익’의 대표주자로 뭉칫돈을 빨아들인 ELS의 원금 손실 공포가 고개를 들고 있다. 이 상품의 70% 이상이 중국 주가지수를 기초자산으로 담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 주식형펀드는 최근 3개월 수익률이 두 자릿수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쳤다.
당분간 중국 증시의 ‘널뛰기’ 장세가 진정되기 어렵다는 관측이 많아 중국 관련 투자 상품에 대한 신중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H지수 29% 폭락, ELS 손실공포
H지수가 폭락하자 상당수의 ELS는 조기상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체로 만기 3년인 ELS는 6개월마다 중간평가를 해 기초자산 가격이 최초 기준가의 90~95% 이상이면 중도 상환되는 구조가 많다. 투자자들도 단기간에 투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이런 구조에 매력을 느껴 ELS를 많이 찾았다. 하지만 H지수 급락으로 조기상환에 실패해 대규모 자금이 ELS에 묶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무엇보다 H지수가 추가로 급락할 경우 원금손실(녹인·Knock-In) 구간에 진입하는 ELS가 속출할 것으로 전망된다. ELS의 대부분은 만기 때까지 기초자산 중 하나라도 녹인 구간인 최초 기준가의 40~60% 아래로 내려간 적이 있으며, 동시에 만기 때 기초자산 가격이 기준가의 일정 수준 이하이면 원금 손실이 발생한다. H지수가 14,000선을 웃돌던 4~6월에 발행된 ELS 15조8949억 원어치 가운데 상당수는 지수가 추가로 10% 이상 급락하면 녹인 구간에 진입한다.
●중국 펀드 수익률, 두자릿수 마이너스
중국 펀드에 가입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더 크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0일 현재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중국 주식형펀드의 순자산은 6조6739억 원에 이른다. 전체 해외 주식형펀드(16조9620억 원)의 39%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한때 50%에 육박했던 중국 주식형펀드 비중은 최근 중국 펀드 환매가 늘면서 낮아졌지만 여전히 다른 해외 펀드보다 큰 편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중국 증시가 많이 빠진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분할 매수의 기회로 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이에 대해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중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체력)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며 “앞으로 중국 경제 상황이 더 악화될 수 있으며 예상치 못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중호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ELS의 경우 녹인 구간에 진입하더라도 만기 때 주가 수준을 회복하면 손실을 피할 수 있다”며 “지금 겁먹고 섣불리 ELS를 환매하면 오히려 손실이 생길 수 있는 만큼 장기적인 관점에서 반등을 기다리는 것이 낫다”고 조언했다.
정임수 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