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법 “연고-전관예우 타파”… 재판부 재배당 시행해보니
○ 고교 동문 피하니 대학 동기가 재판장?
1일 이후 이 원칙이 적용돼 재배당된 사건은 18일 현재 모두 5건. 이 중 4건이 부패사건 전담 재판부 3곳(21, 22, 23부)에서 나왔다. 1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판사 현용선) 심리로 재판이 열린 김양 전 국가보훈처장(62) 사건이 대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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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한 차례 재배당을 해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 최근 형사합의21부에서 재배당을 요청한 사건 중 2건은 변호인이 차순위 재판부인 형사합의22부의 재판장인 장준현 부장판사와 서울대 법대 동기여서 22부를 건너뛰고 23부로 재배당됐다. 또 경제사건 전담 재판부인 형사합의28부에서는 재판장과 고려대 법대 동기인 변호사 수임 사건을 재배당하려다가 차순위 재판부인 24부 재판장과 변호인이 연수원 동기여서 25부로 재배당됐다. 거듭된 ‘재배당 복병’ 때문에 법원 일각에선 “이런 식으로 차 떼고 포 떼면 남는 재판부가 없을 것”이라는 푸념도 나온다.
○ 입맛에 맞는 ‘재판부 쇼핑’ 우려도
“피고인 입장에서는 (이 방침을) 잘만 이용하면 ‘재판부 쇼핑’도 가능한 상황입니다.”
재배당 원칙 시행에 앞서 법원 내부에서 가장 우려한 대목은 피고인들이 이 방침을 교묘하게 악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었다. 상대적으로 높은 형량을 선고하는 ‘강성’ 재판장을 피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재판장과 연고가 있는 변호인을 선임하거나 자신에게 유리한 재판부를 찾아 ‘기피-재배당’을 반복하며 시간을 끌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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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최대 규모인 서울중앙지법이 전관예우 등 ‘연줄’ 재판의 폐해를 근절하기 위해 야심 차게 내놓은 방침인 만큼 다른 지방법원들도 확대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그러나 서울지역 다른 법원의 한 판사는 “명분과 취지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 확대 적용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