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펀드 투자자들은 그 동안 다른 해외 펀드와 달리 환율변동에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중국이 위안화 환율 변동을 일정한 범위로 제한하는 관리변동환율제를 운용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중국이 “시장의 실질환율을 반영한다”는 명분을 내세우며 지난주 사흘 연속 대대적인 위안화 평가절하를 단행하는 환율제도 개혁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국 증시 폭락으로 노심초사하던 중국 펀드 투자자들은 이제 환차손까지 걱정하는 처지에 놓였다. 특히 국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노리고 투자한 위안화 표시 채권형펀드가 위안화 평가절하의 직격탄을 맞았다.
●중국 펀드 수익률 1주일 새 ―4%로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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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화 표시 채권형펀드는 중국 주식형펀드보다 변동성이 낮고 연 3~5%의 안정적인 수익을 기대할 수 있어 올 들어 꾸준히 투자자가 몰렸다. 하지만 급격한 환율 변동으로 연간 수익률을 한번에 까먹는 상황이 됐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일부 채권형펀드는 1년짜리 채권 표시금리로는 회복하기 어려운 수준의 손실에 접근했다”고 말했다.
중국 주식형펀드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설정액 10억 원 이상인 중국 본토 주식형펀드 64개 가운데 40%인 26개가 최근 1주일 수익률이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같은 기간 상하이종합지수는 5% 이상 올라 위안화 약세에 따른 환차손이 펀드 수익률에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 위안화 약세에 고스란히 노출
국내에 설정된 중국 펀드들은 대부분 ‘원화→ 달러화→ 위안화’의 투자 구조로 돼있다. 하지만 위안화 변동에 따른 위험을 분산하기 위한 환헤지 수단을 갖추지 못해 위안화 평가절하의 충격을 피하지 못했다. 제로인에 따르면 위안화 표시 채권형펀드 15개 중 5개가, 중국 본토 주식형펀드 74개 중 27개가 환헤지를 전혀 하지 않고 있다.
환헤지를 하는 펀드도 원-달러에 대해서만 헤지를 했을 뿐 달러-위안화에 대해서는 헤지하지 않아 위안화의 변동성에 취약하다. 강세를 보이는 달러 변동성에 대해서는 헤지를 하고 오히려 약세인 위안화에 대해서는 헤지를 하지 않아 환헤지형 펀드의 피해가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미래에셋 차이나본토’ 주식형펀드의 1주일 수익률은 환헤지를 안하는 UH형이 0.77%인 반면 환헤지를 하는 H형은 ―0.65%였다. 채권형펀드인 ‘AB위안화플러스’도 환헤지형의 손실(-4.75%)이 환헤지를 안하는 유형(-3.38%)보다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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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위안화 약세가 장기적으로 중국 기업의 수출 증가와 경기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오온수 현대증권 투자컨설팅센터 팀장은 “위안화 절하로 단기 손실이 불가피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위안화 환율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며 “펀드가입자들도 당장 환매하기보다 긴 안목으로 기다려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정임수기자 im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