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온라인 세상과 접속할 수 있는 디지털 시대가 10대들의 ‘친구 사귀기’ 방식을 바꿔놓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직접 만난 적이 없더라도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터그램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나 온라인 비디오게임을 통해 친구가 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진정한 친구’의 정의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15일 여론조사전문기관 퓨리서치센터가 미국 13~17세 청소년 106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중 57%가 새 친구를 온라인에서 사귀었다고 대답했다. 주로 학교, 학원, 놀이터 등에서 친구를 사귀는 기성 세대와는 확연하게 다른 방식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다.
‘온라인 친구가 6명 이상’라고 답한 응답자는 29%나 됐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사귄 친구를 직접 만나본 적은 없는 경우가 대부분(77%)이었다. 이처럼 ‘만나본 적도 없는 친한 친구’는 새로운 개념의 우정이 가능한 이유는 친구와 어울리는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부모들을 위한 온라인 안전 교육 사이트인 ‘사이버와이즈’의 다이에나 그래버 대표는 “10대들은 온라인으로 친구를 사귀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상처를 받거나 아픔을 겪기도 한다”며 “부모들이 자녀들의 ‘디지털 교우 관계’도 잘 살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이때 부모가 자녀의 SNS 내용에 시시콜콜 간섭하는 ‘스토커’가 되면 자녀가 부모와의 대화를 기피하는 역효과가 생긴다는 점을 유념하라고 덧붙였다.
세계적 조직심리학자이자 미 명문 경영대학원 와튼스쿨의 최연소 종신교수인 애덤 그랜트 교수(34·베스트셀러 ‘기브 앤드 테이크’ 저자)는 최근 “클릭 하나로 친구가 되는 ‘페이스북 시대’여서 친구가 남발되고 있다”며 ‘진정한 친구의 7대 조건’을 제시해 화제가 됐다.
즉 △실제로 직접 만난 적이 있어야 하고 △구글 검색에 뜨지 않는 서로의 비밀(황당한 경험 등)을 알고 있어야 하며 △따로 시간 약속을 하지 않아도 서로 (편하게) 전화할 수 있고 △쓸데없는 안부나 인사치레 없이 바로 본론을 얘기할 수 있어야 한다. 또 △계산하지 않고 도울 수 있고(친구가 필요한 것을 생각하지, 그 친구에게 돌려받을 걸 생각하지 않고) △의미 있는 경험을 함께 했고 △듣기 싫지만 필요한 조언을 서로 할 수 있는 사이여야 한다고 그랜트 교수는 설명했다.
뉴욕=부형권특파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