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적자를 겪고 있는 이탈리아의 고용시장이 급속히 개선되고 있다. 유럽에서 경제 열등생으로 취급받는 이른바 PIGS(포르투갈 이탈리아 그리스 스페인) 국가인 이탈리아에서 올 상반기 새로 정규직을 얻은 사람은 95만2000명이다. 또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근로자도 33만1000명에 이르렀다. 정규직 고용이 전체 고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년 33.6%에서 40.8%로 늘어났다. ‘이탈리아 개혁의 기수’로 불리는 40대 마테오 렌치 총리가 지난 1년 동안 추진해 온 노동개혁의 결실이다.
얼마 전까지 이탈리아에서는 기업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근로자를 해고할 수 없었다. 하지만 렌치 총리가 추진한 ‘일자리 법안’이 3월부터 시행됨에 따라 경영상의 이유로 근로자 해고가 가능해졌다. 그러자 기업들은 정규직을 채용하고, 고급 스포츠카 업체 람보르기니는 볼로냐 지역에 공장을 짓기로 하는 등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다.
한국 역시 저성장과 ‘철밥통 정규직’ 등으로 인해 청년실업이 심각한 상황이다. 노동시장 개혁을 논의하기 위한 기구임에도 개점휴업 상태인 노사정위원회에 최근 김대환 위원장이 복귀해 재시동을 걸고 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복귀 직후 “저성과자 해고,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 등 핵심 쟁점 2제를 정부가 독단적으로 추진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노사정위를 떠나 있는 한국노총은 두 가지 의제를 제외하지 않으면 노사정에 돌아오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김 위원장의 발언이 한국노총에 복귀 명분을 주기 위한 것이라고는 해도 시작 전부터 협상의 한계를 정해 버리면 생산적인 노동개혁을 기대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