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고위공직자 영입하고도 명단-활동내용 신고 안해 과태료 1000만-2000만원 부과
대한변호사협회(회장 하창우)가 전직 고위공직자들을 영입하고도 영업신고 등을 하지 않은 대형 법무법인(로펌) 4곳에 첫 징계처분을 내린 것으로 11일 확인됐다.
변협은 지난달 말 퇴직한 고위공직자들을 고용하고도 명단과 활동 내용 등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김앤장 법률사무소와 법무법인 태평양, 세종, 화우에 과태료를 부과했다. 태평양이 2000만 원, 세종과 화우는 각 1000만 원의 과태료를 물게 됐다. 김앤장은 퇴직공직자 명단 제출 책임이 있는 주모 변호사가 1000만 원의 과태료 징계를 받았다. 변호사법은 법무법인을 징계하도록 하고 있지만, 김앤장은 공동법률사무소여서 담당 변호사가 징계를 받았다.
이번 징계는 지난해 법조윤리협의회(위원장 이홍훈)가 변호사법을 위반한 로펌 13곳을 변협에 징계해 달라고 신청하면서 이뤄졌다. 당시 변협은 혐의가 가볍다고 판단한 로펌 9곳은 먼저 서면경고 조치했고, 혐의가 무겁다고 판단한 4곳은 이번에 징계조치를 취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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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문제가 된 퇴직공직자는 태평양 17명, 김앤장 7명, 세종 6명, 화우 3명 등 총 33명이다. 태평양은 최원영 전 보건복지부 차관, 김정관 전 지식경제부 2차관, 임병수 전 법제처 차장, 김광영 전 수도방위사령부 육군소장, 김용남 전 방위사업청 원가회계검증단장 등을 영입했으나 제대로 신고하지 않거나 업무 내용을 제출하지 않았다.
김앤장은 차관급인 이기묵 전 경찰위원회 상임위원을 비롯해 공정거래위원회나 감사원 등 4, 5급 공무원을 영입했다. 세종은 신각수 전 주일 대사와 윤은기 전 중앙공무원교육원장을, 화우는 박상기 전 주제네바 대사와 국가정보원 고위직 등을 영입했다.
법조윤리협의회에 따르면 2011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법무법인 등에 취업한 퇴직공직자는 총 167명으로, 이 중 142명(85%)이 5급 이상 고위공직자 출신이다. 하창우 변협 회장은 “앞으로 전관예우를 타파하고 ‘관피아’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석준 기자 eul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