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일자리 年1000개 늘릴것”
현대자동차그룹이 내년부터 모든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겠다고 나섰다. 현대차그룹이 현대·기아차의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에서 노조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요구한 적은 있지만 41개사 15만 명에 이르는 계열사 직원 모두에게 이를 적용하겠다고 나선 것은 처음이다.
현대차그룹은 “청년고용을 확대하고 고용안정성을 높이자는 사회적 요구에 따라 2016년부터 모든 계열사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고, 이를 통해 인건비 부담이 줄면 연간 1000개 이상의 청년 일자리를 늘리겠다”고 11일 밝혔다.
임금피크제를 시행하려면 현대차그룹은 회사별로 근로자대표(노동조합 등)와 적용 범위 및 방식을 협의해야 한다. 현행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임금 등 근로조건을 불리하게 변경하려면 노동조합 등 근로자의 동의를 받아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변경해야 한다.
이날 사측의 발표에 대해 현대차그룹 전 직원의 절반이 넘는 현대·기아차 노조(약 8만 명) 측은 쉽게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현대차 노조 관계자는 “이미 사실상 정년이 60세인 데다 임금피크제와 비슷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추가적인 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현대·기아차 직원의 정년은 58세지만 단체협약에 따라 근로자가 원하고 건강상의 문제가 없으면 60세까지 일할 수 있다. 그 대신 임금은 59세에는 전년 대비 동결, 60세에는 59세 때보다 10%가 줄어 사실상의 임금피크제라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이에 대해 현대차그룹 측은 “현대·기아차 비노조원(약 2만 명)이나 다른 계열사부터 우선적으로 임금피크제를 시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노사정 협의를 통해 노조의 동의 없이도 사용자 측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도록 하면 현대·기아차를 포함한 모든 계열사에 적용이 가능해진다.
11일 현재 30대 그룹의 주요 계열사(378곳) 중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 177곳(47%)은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그러나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해 100인 이상 사업장 9034곳 중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은 849곳(9.4%)에 불과하다.
정세진 mint4a@donga.com·강유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