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2월 이모 씨(42·무직)는 쉽게 큰 돈을 벌고 싶은 욕망에 사로잡혔다. 젊은 시절 조직폭력배였던 그는 인터넷 게임사업에 손을 댔다 실패하자 필로폰을 제조해 영남지역 조폭 선후배들을 통해 팔면 큰 돈을 벌 것이라는 망상을 떠올렸다.
이 씨는 곧바로 외국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해 필로폰 제조법을 배우기 시작했다.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 필로폰 제조에 필요한 실험기구, 화학물질을 조금씩 사 모았다. 중학교 퇴학 학력이 전부인 그는 인터넷 번역기를 사용해 외국서적을 독학하는 열성을 보였다.
이 씨는 지난해 11월 초 대구시 달서구 자신의 집 작은방(10㎡)에 필로폰 제조에 필요한 실험기구 24개와 염산 등 화학물질 36종을 모두 구비했다. 그가 장만한 실험기구는 500만 원 어치, 화학물질은 3000만 원 어치에 달했다. 그는 작은 방 창문을 커튼으로 가리고 환기시설까지 설치해 은밀한 실험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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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순도 높은 필로폰을 만들기 위해 실험내용을 적은 400쪽 짜리 노트(제조매뉴얼)까지 작성했다. 또 인터넷에서 내려받은 각종 자료들을 휴대용 저장장치(USB 메모리)에 담아놓았다. 필로폰 제조에 어떤 화학물질이 몇g 들어가는 것을 외우고 있을 정도로 ‘짝퉁 화학박사’가 됐다. 그는 자신이 만든 필로폰을 투약하는 생체실험도 진행했다.
이 씨는 반복된 실험으로 필로폰 2.4㎏(순도 미확인)를 제조해 보관했다. 또 화학원료 61.5㎏으로 2㎏상당의 필로폰을 제조하려했다. 그가 팔려했던 필로폰 4.4㎏는 14만 6000명이 동시 투약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물량이다. 그는 헛된 대박 환상을 꿈꾸며 필로폰제조에 몰두하던 중 첩보를 입수해 수사에 나선 경찰에 붙잡혔다.
전남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는 5일 필로폰을 제조한 혐의(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로 이 씨의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수사 형사가 이 씨에게 “화학실험을 반복할 열정으로 정상적 사업을 했다면 성공했을 것”이라고 충고하자 그는 “검거되지 않으면 대박을 터뜨렸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안=이형주기자 peneye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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