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뀌면 세상이 바뀝니다] [8월의 주제는 ‘國格’]<147>아무데서나 담배피우는 한인
미국은 갈수록 흡연자들이 설 땅이 좁아지고 있다. 지난해 미국 최대 의약품 유통업체인 CVS가 담배 판매를 전격 중단했을 정도로 사회 곳곳에서 금연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미국 성인의 흡연자 비율은 17.8%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많은 한국인이 미국에서 금연 공간을 무시하고 있다.
워싱턴의 관문인 덜레스 국제공항 인근은 장시간의 비행을 마친 뒤 참았던 담배를 피우려는 한국인들로 자주 북적인다. 특히 출입문 주변에 많은 편인데, 공항에서는 지정된 곳 외에는 흡연이 제한되어 있다 보니 종종 공항 관계자들과 한국인 관광객들이 충돌하는 장면이 목격된다. 덜레스 공항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13시간 넘는 비행을 마친 관광객들이 공항을 빠져나오자마자 담배를 피우려다가 공항 경찰에게 적발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한인들이 자주 찾는 워싱턴 인근 골프장의 한 관계자는 “담배로 대형 화재가 난 적은 없지만 봄이나 여름처럼 건조할 때는 더욱 주의를 당부하게 된다”며 “한인들이 하도 담배를 자주 피워 한글로 ‘담배는 지정된 곳에서만’이라는 간판을 달기도 했다”고 전했다. 이 직원은 “내가 아는 한인 교포는 담배를 피우려고 휴대용 재떨이를 갖고 다니는 것을 봤다”며 “한국의 국격에 맞게 담배도 주변을 배려해 즐겨야 하는 것 아니냐”고 덧붙였다.
담배를 피운 뒤 담배꽁초를 길거리에 버리다가 미국인들의 눈총을 사는 한인들도 줄지 않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에 사는 한 교민은 “공항에서 담배를 피우다가 승용차나 택시에 오르는 순간 담배꽁초를 길바닥에 그냥 던지고 사라지는 한국인 관광객들을 미국인들이 쳐다보면 ‘나는 한국인이 아니다’라고 말하거나 어디엔가 숨고 싶다”고 말했다.
담배꽁초를 버리면서 침이나 가래침을 아무렇지도 않게 뱉는 한국인들도 여전히 목격된다. 한 미국인은 “담배를 피우면서 가래침을 뱉는 것은 그 사람의 인성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수준을 보여줄 수 있다”고 꼬집었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