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숙 객원논설위원 KDI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
그 자랑스러운 역동성이 잦아들고 있다. 경제성장이 둔화하면서 각 부문의 상향 이동이 쇠잔해지고 있는 것이다. 원천기술력 부족, 대기업의 국제경쟁력, 중소기업 후진성, 노동시장 수요보다 교직원의 기득권 보장에 치중하는 경직적 교육, 사회의 경직성을 심화하는 복지체계 등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다시 맥을 팔딱팔딱 뛰게 할지 암중모색이다.
그런데 놓치기 쉬운 점은 이러한 변화가 세대 간 갈등 측면에서 갖는 의미다. 현재의 구조 변화는 전체가 직면한 동질적 어려움이기도 하지만, 세대 간 이질성 각도에서도 조망해야 비로소 그 입체적인 의미를 파악할 수 있다.
반면, 경제성장이 구조적으로 둔화해 새로운 기회가 예전처럼 창출되지 못하면 앞 세대만큼의 기회가 뒤 세대에게 주어지지 않아 세대 간 격차가 벌어진다. 이에 더해 노동시장에 일찍 진입했다는 이유로 희소한 일자리를 계속 독점하는 구조라면, 뒤 세대는 질 높은 경제활동의 기회 자체가 아예 봉쇄된다.
즉, 현재 나타나고 있는 사상 최대의 청년실업이란, 성장률이 꺾인 경제에서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문제는 이를 최대한 완화하려면 일자리에 관한 기득권을 약화시키는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공공 부문과 대기업의 일자리를 한번 확보하면 성과에 상관없이 고용이 보장되고 임금이 근속연수에 따라 가파르게 증가하는 기득권 중심의 노동시장 제도를 허물지 않고서는 청년세대가 뚫고 들어갈 여지가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노동시장 구조개혁은 본질적으로 경제활동 기회를 세대 간에 재배분함으로써 상생을 모색하는 과제라 할 수 있다. 앞 세대고 뒤 세대고 간에 능력과 성과에 따라 고용 기회와 임금이 조정되는 시장으로 전환해야 한다. 전반적인 기회가 줄었으니, 이를 공정하게 배분하는 규칙과 기준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자원이 보다 유연하게 이동해야 전체 파이도 키울 수 있다.
그런데도 현재 정년연장과 임금피크제를 둘러싼 논쟁을 보면 갑갑하다. 정년이 2∼3년 연장된다고 해서 뭐 그리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임금까지 깎느냐는 것이다. 자녀들이 쑥쑥 제 살길 찾아 취업하는 것도 아니니 나이 들어도 쓰임새는 여전하고 고령화 속에서 노후 보장도 깜깜하니 중장년 몫을 뺏어 청년에게 돌리지 말아 달라는 항변에 마음이 먹먹하다.
임금피크제가, 그리고 이를 포함한 노동시장 개혁 과제가 한국 경제에서 갖는 의미는 역사성 속에서 규명돼야 한다. 유례없는 고성장의 시대가 저성장과 고령화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어떻게 고통이 없을 수 있을까. 그 전환기의 고통을 각 세대가 분담하고 전체 파이를 키워내기 위한 규칙의 재편이 바로 노동시장 구조개혁이다.
윤희숙 객원논설위원 KDI재정복지정책연구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