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국내에 설정된 해외펀드 가운데 일본펀드는 수익률 1위로 올라서면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4월에 2,100 고지를 넘어선 한국 코스피는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와 그리스 사태, 중국 증시급락 위기, 기업실적 부진 등이 겹치면서 지난달 다시 2,100 선 아래로 떨어졌다. 국내외 불안 요인에 외국인들이 매도세로 돌아서면서 24일 현재 2,045.96까지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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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및 중국 증시와 대조적으로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올해 초 17,408.71엔에서 출발해 완만한 상승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4월 말 15년 만에 20,000엔 선을 넘어섰고 그리스와 중국에서 시작된 대외 악재에도 흔들리지 않고 지난달 24일 연중 최고치인 20,868.03엔을 찍었다. 이는 1996년 12월 이후 18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치였다. 닛케이평균주가는 소폭의 등락을 반복하며 20,000엔 선을 유지하고 있다.
○ 日, 2분기 성장률도 한국보다 높을 듯
일본 증시가 한국, 중국과 달리 상승세를 유지하는 비결은 탄탄해진 기초체력이다. 일본 경제는 양적완화, 재정지출 확대, 구조개혁 등을 뼈대로 하는 ‘아베노믹스’를 바탕으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의 전 분기 대비 올해 1분기(1∼3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1.0%로 한국(0.8%)보다 높았다. 일본의 분기 성장률이 한국보다 높았던 건 2013년 1분기 이후 처음이다. 2분기 성장률도 0.3%였던 한국보다 높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기업들의 실적도 꾸준히 개선되고 있다. 강현철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올해 1분기 일본 상장기업의 경상이익은 총 16조4243억 엔으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두 번째로 높았다”며 “일본의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이 맞물려 올해부터 실질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공적연금(GPIF)이 4월 자국 주식투자 비중을 12%에서 25%로 확대하면서 수급 안정성이 높아진 것도 증시 상승세를 뒷받침해주는 호재다. 일본 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의 대상을 내년부터 미성년자로 확대하는 등 일본 정부도 증시를 떠받치기 위한 여러 정책을 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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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 설정된 주식형 해외펀드 투자도 최근 일본으로 자금이 이동하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연초 2432억 원이었던 일본주식형펀드 설정액(ETF 제외)은 23일 현재 8041억 원으로 3.3배로 증가했다. 특히 중국 증시가 휘청거렸던 지난달에만 2336억 원의 뭉칫돈이 일본주식형펀드로 들어왔다. 23일 현재 일본주식형펀드의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도 19.26%로 중국(13.31%) 유럽(19.10%) 등을 제치고 단일 지역별 해외펀드 1위를 차지했다.
일본 증시의 활황에 힘입어 국내 자산운용사들도 일본펀드상품을 새로 선보이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지난달 15일 삼성일본중소형포커스펀드를 내놓은 지 약 한 달 반 만에 약 900억 원을 끌어 모았다. 정승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일본 증시에 직접 투자하기보다는 랩어카운트 같은 자산배분형 상품에서 일본 주식의 비중을 늘리거나 지수형 상품에 가입하는 등 간접투자를 늘리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주애진 기자 ja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