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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원봉사 요원 키우자” 2010년 중학생 모아 영어캠프

입력 | 2015-07-20 03:00:00

[미리 보는 ‘광주 U대회 백서’]




2015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에 투입된 자원봉사자는 총 9314명이었다. 그 가운데에는 중학생 때부터 ‘유니버시아드 영어스쿨’을 통해 일찌감치 참여를 준비해 온 대학생들도 있었다. 자원봉사자들이 14일 폐회식에서 입장하는 선수단을 환영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 성화는 꺼졌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14일 막을 내린 2015 유니버시아드대회는 광주가 시 역사상 처음으로 개최한 국제대회다. 143개국 선수단 1만2885명이 참가한 대형 이벤트였다. 경험이 없었기에 불안한 시선도 있었지만 광주는 우려의 목소리를 잠재웠다. 한국은 첫 종합 1위를 달성했고 대회 운영은 매끄러웠다. 무엇보다 ‘저비용 고효율’ 대회라는 점에서 새 이정표를 세웠다.

클로드루이 갈리앵 국제대학스포츠연맹(FISU) 회장은 “광주 대회는 꿈과 야망, 전설이 됐다”고 평가했다. 선수단은 광주를 떠났지만 대회 조직위원회에는 남은 일이 많다. 유치부터 폐회까지를 망라한 백서(白書)부터 만들어야 한다. 조직위는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3월까지 600여 쪽 분량으로 제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총 5장으로 나눠 백서에 들어갈 내용을 미리 살펴봤다.》
○ 한 번의 실패… ‘더 준비된 대회’로

1장은 유치 단계부터 개막 이전까지의 과정을 담을 예정이다. 이번 대회 기간은 12일에 불과했지만 이를 위해 광주는 7년을 준비했다.

광주는 애초 2013년 대회를 유치하려 했다. 하지만 2008년 5월 31일 FISU 총회에서 개최지는 카잔(러시아)으로 정해졌다. 크렘린 궁의 강력한 지원을 등에 업은 카잔을 당해낼 수 없었다. 광주는 포기하지 않고 재도전에 나섰다. 그해 10월 FISU에 유치의향서를 다시 제출한 뒤 ‘두 번의 실패’가 없도록 철저한 전략을 짰다. 먼저 개최지 결정 투표권을 가진 집행위원 27명 중 유럽 지역이 13명인 점을 감안해 유럽의 선호 종목인 조정을 포함시켰고 기존 시설을 활용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당시 FISU는 2009년 대회 개최를 앞둔 세르비아가 재정난으로 신축 경기장 완공에 곤욕을 치르고 있던 터라 이 부분을 높이 평가했다.

2009년 4월 6일부터 사흘 동안 유치 단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실사평가가 있었다. 여러 차례의 만남을 통해 설명한 광주의 세밀한 계획과 전략을 직접 눈으로 확인시켜야 했다. 실사단은 꼼꼼한 시설 계획은 물론이고 ‘100만 서명’으로 대표되는 시민들의 열망과 관심에 감동을 받았고 광주는 역사적인 대회 유치에 성공했다.

2010년 1월부터 지원법 제정, 조직위 설립, 사무처 발족 등으로 기반을 갖춘 광주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자원봉사자 양성을 위한 영어스쿨 운영이었다. 2015년 대학생이 될 중학생을 대상으로 한 원어민 교육은 학부모와 학생 모두에게 유니버시아드를 각인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유니버시아드 영어스쿨’은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인재를 육성하는 동시에 대회 기간에 적극 활용할 인력을 장기적인 안목으로 준비했다는 점에서 이번 대회가 남긴 소중한 ‘인적 유산’이다.

유니버시아드대회는 육상 수영 등 13개 기본 종목 외에 8개 안팎의 종목은 개최국이 선정할 수 있다. 조직위는 2010년 11월 국내 최고 인기 스포츠인 야구를 종목에 추가했다. 이로 인해 야구장 신설이라는 숙원을 국비와 지방비, 민자(프로야구 KIA) 3자 부담으로 이른 시일 내에 해결할 수 있었다. 이전 대회와 달리 21개 전 종목에 걸쳐 실제 대회 같은 테스트 이벤트를 실시한 것은 FISU 및 각 종목 국제연맹 관계자들까지 놀라게 한 동시에 안심시킨 치밀한 전략이었다.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는 유엔스포츠개발평화사무국(UNOSDP)과 협력해 스포츠를 통해 세계 평화를 도모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마련했다. 2월에 광주에서 열린 ‘유스 리더십 프로그램’에 참가한 여러 국가의 청소년들이 태권도를 배우고 있다.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조직위원회 제공

○ 광주를 돋보이게 한 ‘차별화 키워드 10’

2장에서는 애초 목표로 했던 대회의 성격이 실제로 어떻게 구현됐는지를 분석했다.

조직위가 내건 성공의 키워드는 ‘소박하지만 정성이 가득한 대회’였다. 비용을 절감하되 마음과 정성이 담긴 대회, 선수들의 편의와 안정이 최우선시되는 대회, 시민이 함께하고 주인인 대회를 준비하자는 것이었다. 조직위는 ‘EPIC’(Eco·Peace·IT·Culture)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이번 대회가 남긴 10개의 차별화 전략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시설 신축 최소화를 통해 환경을 보존①하고, 낡은 아파트를 재건축한 선수촌으로 도심 재개발 효과②를 거뒀다. 아울러 신축 경기장도 친환경 고효율을 추구했고 유니버시아드대회 최초로 마케팅 권리를 100% 조직위에 귀속시키는 등 재정 최소화③를 실현했다(이상 Eco).

아울러 2012년 ‘UNOSDP’(유엔스포츠개발평화사무국)와 협약을 체결해 스포츠를 매개로 세계 평화를 도모하는 다양한 유산 프로그램(에픽스포럼, 유스 리더십 프로그램 등)을 마련하는 등 유엔 공동 유산④을 남겼고, 네팔 선수단 참여 지원 등 광주의 평화정신을 실천⑤했다(이상 Peace).

경기시간 및 경기결과 정보, 모바일 시스템 등을 유기적으로 연결한 통합운영 시스템을 개발해 한국의 선진적인 IT를 활용해서 대회를 운영⑥했다. 종합국제대회 최초로 전 구역에 와이파이(Wi-Fi)를 제공해 선수들의 편의를 돕고, 유니버시아드대회 홈페이지나 앱, 유니브로 방송 등을 통해 커뮤니케이션의 장을 만들어⑦ 선수단이 언제 어디서나 대회를 즐길 수 있게 했다(이상 IT).

마지막으로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는 세계 최초로 FISU, 세계반도핑기구(WADA)와 3자 간 반도핑 교재를 개발하고, 선수촌 내에 선수들을 대상으로 심장관리실을 운영해 돌연사를 방지하는 등 선수 대상의 건강 인지 교육 프로그램⑧을 진행했다. 에픽스포럼(글로벌 멘토-멘티 연결 리더십 고취), 유스 리더십 프로그램(저개발국가 청소년들의 열정 비전을 키워주는 프로젝트), 영리포터 프로그램(차세대 저널리스트 양성) 등 스포츠를 통해 세계 대학생들의 교육과 발전을 추구⑨하는가 하면 청년작가, 청년활동가, 청년상인 등이 전 세계 청년들과 어우러지는 축제를 청년이 직접 기획하는 문화난장⑩을 개최했다(이상 Culture).

○ “광주 시민이라는 게 자랑스럽다”

백서는 3장에서 금 47개, 은 32개, 동메달 29개로 참가 사상 첫 종합 1위를 달성한 한국 선수단과 다양한 대회 기록, 외국 선수들의 활약 등을 상세히 설명한 뒤 4장과 5장을 통해 외부의 평가 및 대회 개최의 경제·사회적 효과를 기술할 예정이다.

외국 언론은 이번 대회를 어떻게 바라봤을까. 우승한 미국 농구대표팀(캔자스대)의 전 경기를 미국에 생중계한 스포츠채널 ESPN의 토드 마이어스 본부장은 “쉽고 편하게 일할 수 있었다. 특히 잘 훈련 받은 아타셰(통역·의전 요원)들이 외국 기자와 선수들이 광주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갖게 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유럽 최대 스포츠채널인 유로스포츠는 “대회에 활용된 69개 경기장 가운데 단지 4개만이 새로 지어졌다는 점에서 생태친화적인 동시에 경제적”이라고 평가했다. 차기 대회 개최지인 대만 타이베이 시의 미디어 담당자 캐시 린 씨는 “선수, 자원봉사자, 시민이 함께 노력하고 즐기는 분위기가 인상 깊었다. 타이베이 대회에서 배워야 할 점”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시설과 운영에 대한 평가도 호의적이었다. 미국의 육상선수 페이튼 데벌 프린아뮬러는 “다른 국제대회에 참가해 봤지만 심장관리실을 운영한 곳은 광주가 처음이었다. 그것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어 감사했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효과도 크다. 특히 총사업비 8조8000억 원이 투입된 호남고속철이 정부가 가속도를 내 원래 계획보다 5년 이른 올해 4월에 완전 개통한 것은 광주가 대회를 통해 얻은 큰 소득이다. 경기장 신축과 개·보수, 진입도로 개설 등을 통해 체육 인프라가 크게 개선된 것도 지역사회 발전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회를 통해 광주의 긍정적 이미지가 증가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광주발전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개막 전 3000여 건에 그쳤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광주’ 관련 게시물은 대회 기간 3만 건이 훌쩍 넘었다. 대회 전에는 부정적인 단어의 언급 비중이 높았지만 개막 후에는 ‘즐겁다’ ‘기분 좋다’ ‘고맙다’ 등 긍정적인 단어의 비중이 크게 높아져 도시 이미지를 개선하는 데 기여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윤석 조직위 사무총장은 “그동안 광주는 민주화운동과 인권 등 강한 이미지로 국한된 면이 있다. 하지만 이번 대회를 통해 부드러우면서도 능력을 갖춘 도시라는 것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이승건 기자 w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