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하는 영화마다 대박 행진 이끈 문화콘텐츠부 영화계 출신 등 영입 12명 전담팀 명량-국제시장 이어 연평해전 투자 최고 220% 수익 ‘흥행 다크호스’ “내년까지 총 7500억 문화 투자”
정성희 팀장(왼쪽에서 다섯 번째)과 윤성욱 과장(왼쪽에서 세 번째) 등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 직원들이 13일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에서 자신들이 투자한 영화 포스터를 배경으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김경제 기자 kjk5873@donga.com
지난해 2월 서울 중구 IBK기업은행 본점 14층 문화콘텐츠금융부 회의실에서 윤성욱 과장이 자신감에 찬 목소리로 팀원들에게 말했다. ‘연평해전’에 투자할지를 놓고 의견을 나누는 자리였다. 2012년 기업은행에 합류하기 전 영화 제작, 배급을 하는 회사에서 10년 넘게 일한 윤 과장은 영화계 사정에 누구보다 밝았다. 직원들은 망설였다. ‘상업영화를 만들어 본 적 없는 제작사인데 괜찮을까?’ ‘전쟁영화는 흥행이 어렵잖아’ 등 반대 의견도 적지 않았다.
윤 과장은 ‘실화의 힘’과 ‘2002년 6월’을 강조했다. 꾸며낸 얘기가 아닌 우리한테 일어난 일이며 그 일이 모두가 한일 월드컵으로 기억하는 2002년 6월에 일어났다는 사실만으로도 관객들에게 큰 의미가 있다고 봤다. 5개월간 이어진 논의 끝에 문화콘텐츠금융부는 지난해 7월 투자를 검토해 달라는 보고서를 본점 상부에 올렸고 최종 투자결정을 이끌어 냈다.
지난 몇 년간 기업은행은 손대는 영화마다 대박을 터뜨렸다. 2013년 영화 ‘관상’(913만 명)으로 140%의 수익률을 올리더니 지난해에는 ‘수상한 그녀’(관객 865만 명) ‘명량’(1761만 명)과 ‘국제시장’(1425만 명)에 투자해 78∼220%의 수익률을 냈다. 이 때문에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는 영화계의 중요한 플레이어로 떠올랐다.
누구도 가지 않았던 길이다 보니 우여곡절이 많았다. 벤치마킹할 곳이 없었고 금융인과 영화인의 융합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정성희 팀장은 “처음엔 같은 주제라도 금융인은 금융인의 관점으로 받아들이고 영화인은 영화인의 눈으로만 보니 오해가 많이 생겼다”며 “같이 일한 지 3년 반이 지난 지금은 서로의 목소리 톤만으로도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기업은행 문화콘텐츠금융부에는 직원 12명이 있다. 이들은 한달에 6, 7개의 영화 시나리오를 함께 읽는다. 그러고 나서 전원이 참석하는 회의를 연다. 직급이 높다고 목소리가 더 크진 않다. 똑같이 의견을 개진하고 투자가 타당하다고 판단하면 본사 심사부에 심사해 달라고 요청한다. 투자에 앞서 기본적으로 고려하는 요소는 제작비, 콘텐츠 차별화 포인트, 영화의 완성 여부다.
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