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겐 묵비권이 있습니다.”
“나도 압니다. 변호사니까요.”
그러자 모틀리 판사는 착잡한 표정으로 “당신을 압니다. 나도 그해 하버드 로스쿨을 졸업했으니까요”라고 말한 뒤 이 ‘동기동창’에게 2개월 간 구치소에 머물 것을 선고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최근 구치소에서 나온 포스텔 씨가 다시 워싱턴 길거리 생활을 시작했다며 주변 인물 인터뷰를 통해 ‘하버드 출신 노숙자’의 기구한 인생을 14일 소개했다.
흑인인 포스텔 씨는 집안이 넉넉지 않았지만 어릴 때부터 공부에 재능을 보여 워싱턴 스트레이어 칼리지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뒤 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땄고 이어 매릴랜드대에서 경제학, 하버드대 로스쿨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학위만 법학, 경제학, 회계학 등 3개를 가진 그는 하버드 로스쿨에서도 손꼽히는 학생으로 통했다. 동기 중에는 존 로버츠 연방 대법원장 등 기라성 같은 인재들이 많았지만 포스텔 씨도 전혀 뒤쳐지지 않았다고 동기생 마빈 배그웰 씨가 말했다.
그는 하버드 졸업 직후인 1980년 ‘쇼 피트맨 포츠 앤 트로브리지’라는 유명 로펌에 변호사로 취직했다. 당시 그 로펌의 유일한 흑인 변호사였던 그는 공인회계사 경력을 활용해 세무 관련 업무를 다뤘고 당시로는 거액인 연봉 5만 달러를 받았다. 그는 주말에는 워싱턴 포토맥강에서 개인 요트를 탈 정도로 부귀영화를 누렸으나 40대 초반 분명치 않은 이유로 로펌에서 쫓겨났고 그 충격으로 모든 것을 잃으며 나락에 빠졌다. 집에서 TV를 보다가 갑자기 길거리에서 몇 시간을 방황하기 일쑤였고 결국 지금의 정신분열증 증세를 보이며 길거리를 전전하게 됐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