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일본 혼슈 중부 이시카와현 일대에서 토요타 ‘아쿠아 X어반(Toyota Aqua X-urban)’을 타고 약 160km를 달렸다. 해안 및 산악도로 그리고 시내주행이 포함된 코스를 반나절 남짓 달리며 방향지시등을 켜면 의지와 상관없이 작동하던 와이퍼에 얼굴이 붉어졌고 신호대기 후 자연스럽게 반대편 도로를 역주행하고는 뒤늦게 가슴을 쓸어내리며 ‘우핸들’ 차량의 신고식을 호되게 치렀다. 하지만 이날 무엇보다 강렬했던 기억은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에 버금가는 일본 복합연비 기준(JC08모드) 33.8km/ℓ의 효율성을 자랑하던 토요타 엔트리급 하이브리드와의 첫 만남이다.
시승차는 토요타 아쿠아 라인업 중 외관 및 실내사양을 도시 감각에 맞게 역동적으로 꾸민 ‘X어반’차량으로 일반 아쿠아(37.0km/ℓ)에 비해 공차중량 및 타이어의 영향으로 연비가 조금 낮다.
아쿠아는 토요타가 지난 2011년 12월 출시한 하이브리드 전용차량으로 북미 및 유럽에서 ‘프리우스 C’로 판매된다. 프리우스, 프리우스V, 프리우스PHEV 중에서도 가장 경제적인 차량으로 꼽히는 이 차량은 프리우스 라인업 중 가장 작은 차체와 낮은 가격으로 경차를 선호하는 일본 내에서 특히 인기다. 지난달 일본 내 신차 판매를 살펴보면 총 267만6634대가 팔렸고, 이 중 아쿠아가 1만8087대로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해치백 형태의 차체는 기존 프리우스 대비 전장×전고×전폭이 각각 485mm, 46mm, 51mm(미국 모델 기준) 작아져 민첩성과 함께 콘셉트에 맞게 도시 이동에 최적화됐다. 또한 프리우스 라인업의 특성상 공기역학 성능을 고려해 공기저항계수 역시 0.28을 달성했다.
무게 중심을 낮추고 차량 균형을 좋게 하기 위해 콤팩트한 가솔린 엔진과 파워 컨트롤 유닛 등을 적절히 배치했다. 또한 하이브리드 배터리와 연료탱크를 뒷좌석 아래 위치시켜 차체크기에 비해 조금 여유로운 889mm의 뒷좌석 레그룸을 확보하기도 했다. 이전 세대에 비해 스폿 용접을 강화해 차체 강성을 높이며 안전성도 향상됐다.
파워트레인은 74마력 1.5리터 4기통 가솔린 엔진과 45kw의 전기모터를 탑재됐다. 이들의 합산 출력은 최대 99마력이고, 하이브리드 모델인 만큼 변속 충격이 없는 CVT 무단변속기와 맞물렸다.
전반적으로 실내는 그동안 봐왔던 프리우스의 것을 대칭해서 보는듯한 디자인이다. 다만 다른 부분이 있다면 변속기 레버가 일반 차량의 것과 같은 스틱 방식이다. 오락실 조이스틱을 닮은 프리우스 레버보다는 친근감이 느껴진다.
아쿠아는 약 40km/h까지 가솔린 엔진 없이 일반도로를 EV모드로 달릴 수 있다. 다만 언덕길과 고속주행에선 다소 힘에 겨운 몸짓을 느낄 수 있다. 가솔린 엔진이 개입하면 실내로 엔진음이 유입되며 소음에 조금 더 민감해진다. 하지만 국내도로와 달리 저속 주행이 주류를 이루는 일본도로의 풍경에선 부족함이 없었다.
한편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요타는 국내 수입차 시장이 개성과 실용성을 중시하는 A, B 세그먼트로 트랜드가 변함에 따라 아쿠아의 국내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한국토요타는 프리우스 라인업을 완성시킴과 동시에 국내 하이브리드 점유율 확보에 나설 계획이다.
가나자와=김훈기 동아닷컴 기자 hoon149@donga.com